평화통일 Vol 2092024.5.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8일 각 부문에서 청년들이 흘린 땀과 열정을 부각하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밝은 미래는 청년들의 것이고 청년들 자신의 손으로 당겨와야 하는
성스러운 애국위업”이라고 역할을 강조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북한의 MZ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北 인구 2500만 명 중
800만 명이 MZ세대
집단생활엔 부정, 미제 척결엔 긍정
‘이중적 태도’

올해 초 통일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탈북민 중 절반 이상이 20~30대 청년들이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국경 봉쇄로 탈북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이들 중 다수가 북한판 MZ세대들인 것. 이들은 누구이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북한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세대(장마당 세대)는 국가 기능의 붕괴를 경험하며 시장경제에 기초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다. 북한 체제의 근간이 돼온국가 배급이 중단되고 주민들의 생존 투쟁과 함께 북한에 시장화와 정보화가 시작되던 시기에 성장했다. 즉,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에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다.

이들 중 1980년대 초반 이후 태어나 현재 20~40대 초반의 나이인 이들이 북한의 MZ세대라 칭할 수 있다. 한국의 MZ세대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북한의 청년들도 이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북한판 MZ세대, 시장화·정보화에 익숙
북한의 최고 정책결정자인 김정은(1984년생)과 현재 그를 보좌하며 대남·대미 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1988년생)을 정점으로 30~40대 초반의 김정은 시대 신진 기층간부들의 주축도 MZ세대에 속한다. 그러나 북한의 파워 엘리트(중앙 간부) 평균 연령은 여전히 60~70대로 MZ세대인 젊은 간부들과는 의식과 행동에 일정한 차이가 있다. 주민들뿐 아니라 엘리트 계층 내에도 세대 간 의식과 행동의 차이가 크기에, 상호 불만과 불신이 존재한다. MZ세대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북한 체제의 운영 방식이나 특징이 변화하고, 이 과정에서 체제 불안정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판 MZ세대의 특징은 북한 주민 다수가 기아의 경험을 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란 역사적 경험을 기점으로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와의 비교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표 1>에서 보듯 북한 주민 세대 구분은 자녀 세대에 해당하는 MZ세대(장마당 세대), 부모 세대(고난의 행군 세대), 조부모 세대(배급 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중 현재 20~40대 초반에 해당하는 북한판 MZ세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 집단적, 역사적경험은 유아기~청소년기의 기아 경험과 이후 성장 과정에서 쌓은 시장화와 정보화 경험이다.


탈북민 구술을 포함한 각종 북한 정보들에 기초한 필자의 오랜 연구 결과, 북한 체제 주요 문제에 대한 이들의 태도와 의식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체제 이데올로기 측면이다. 북한판 MZ세대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에 가장 부정적인 반면, ‘미제 척결’에 대해선 전 세대 중 가장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집단주의 조직 생활은 부정적이나 대미 대적(對敵) 의식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는 이들 중 다수가 7~10년간의 군대 생활과 집중 교육을 통해 형성된 대적 의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치·경제적 의식 측면이다. 이들은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발전을 원하나 부모 세대보다는 그 수준이 낮고, 체제 불만 정도도 낮은 특징을 보인다. 기아 속에서 생존 생활을 책임진 부모 세대가 정치적 불만도와 개혁·개방 정책에 대한 선호는 더 높은 편이다. 북한판 MZ세대는 물질주의=가족주의→민족주의→개인주의→국가주의 순으로 긍정적인 의식을 보인다. 특히 북한의 시장화와 가족 중심 생존 환경에서 성장해 ‘물질주의’와 ‘가족주의’가 팽배하다.

셋째, 조직 생활, 뇌물, 비사회주의 검열과 관련한 의식이다. 북한판 MZ세대는 ‘비사회주의 검열’에 매우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또한 뇌물이나 조직 생활과 관련해서 전체 세대와 비교해서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국가 제일주의’ ‘부패 간부 척결’에 높은 지지
전체적으로 이들은 자유주의, 물질주의, 정보화와 과학기술 발전 추구(외부 정보에 대한 높은 욕구, 컴퓨터와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특성), 유행과 소비 중시, 가족 이기주의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집단주의 조직 생활 강조, 한류를 포함한 비사회주의 검열과 통제, 구조화된 뇌물 상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높다. 반면 김정은 정권의 미제 척결 이념, 핵과 미사일 개발 등 호전적 ‘우리 국가 제일주의’와 소위 ‘부패 간부 척결’을 기치로 한 간부 숙청에 대해서는 높은 지지를 보낸다.

이들 역시 조선노동당 당원을 북한의 주류사회로 가기 위한 ‘자격증’으로 생각하는 의식은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중요도에 대한 인식은 부모 세대나 조부모 세대보다 다소 낮다. 당원이 되는 방법으로는 ‘수령에 대한 충성’을 1순위로, ‘뇌물’을 2순위로 꼽는다. 전망 있는 직업으로 여전히 ‘당 간부’를 지목하는 이들이 많으나 부모와 조부모 세대보단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법 간부에 대한 선호도 역시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낮은 양상을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 3일 정권수립일(9·9절) 75주년을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
‘고난의 행군’, ‘선군정치’를 재조명하며 김정일의 업적을 부각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와 달리 외부 세계에 대한 열망은 대단히 높다. 특히 외부 정보를 원하는 수준은 전체 세대에서 가장 높다. 즉, 북한판 MZ세대는 한류 등 외부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북한 내 정보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보 접촉 수준 역시 높으며 무엇보다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 매우 크다.

2024년 기준 북한 인구 2500만여 명 중 MZ세대에 속하는 인구는 800만 명에 달한다. 북한 인구의다수를 차지하며 왕성한 활동력을 지닌 청년들을 관리하는 것은 북한 체제 안정과 장기 집권에 매우 중요하다. 이에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청년들을 견인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 양면의 청년 정책을 실시하면서 청년들 속에서 정치적 지지 기반을 구축하려 한다.

대표적 당근 정책으로 청년층의 간부 등용 확대와 위락시설 개발 및 소비문화 촉진 정책을 들 수 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청년 중시 담론을 전개하며, 부패한 기존 간부들을 비판하고 20~30대 젊은 간부들의 등용을 추진하면서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또한 청년들의 사회 변화 요구와 소비 욕망에 조응해 ‘문명국 건설’ 담론을 전개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각종 위락시설을 개발하고 소비문화를 촉진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의 원하는 활기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추진하고자 한 것이다.

‘당근’과 ‘채찍’ 부작용 주목해야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 군대, 청년동맹 등에서의 사상 사업 및 조직 사업 강화, 비사회주의 검열 등 검열 강화와 법 제정을 통한 통제 등의 채찍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열린 청년동맹 대회 등을 통해 청년들에 대한 사상 교양과 조직 규율 강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조직적 통제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군대와 건설 현장에 청년들을 대규모로 참여시킴으로써 경제와 사회 건설에 청년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법·제도적으로는 청년들을 주요한 대상으로 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을 제정해 이데올로기적 통제와 함께 사법적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태양절 112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펼쳐진 야외 경축행사에 참석해 춤을 추는 북한 청년 학생들. (평양 노동신문=뉴스1)

특히 2021년 8차 당 대회 이후 청년을 대상으로 한 동원, 통제, 감시가 강화되면서 다양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 숨죽이며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탈출을 꿈꾸는 다양한 일탈 현상이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 양상과 의식의 변화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정보화 및 휴민트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들을 의식화 및 조직화하는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판 MZ세대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해, 물질문명에 대한 반응, 해외 정보에 대한 내재화 양상 등을 주시해야 한다.

박 영 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