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12022.09.

평화통일 창

북한도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볼까?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적도 있었지만 점차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추세다. 영화관에 가면 영화를 보는 재미와 함께 팝콘·음료 세트를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때로는 영화를 보러 온 건지 팝콘을 먹으러 온 건지 헛갈릴 정도로 영화와 팝콘은 찰떡궁합이다. 최근에는 집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홈시네마족’이 늘어나면서 영화관 팝콘 배달 서비스까지 시작됐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문화를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영화관에서 영화와 팝콘을 즐기는 일이다.

팝콘과 음료는 금물! 북한의 영화관
북한 주민에게 영화관은 어떤 곳일까? 앞서 영화관과 팝콘을 이야기했지만 북한에서는 영화를 볼 때 팝콘에 손을 휘젓거나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팝콘과 가까운 표현은 ‘펑펑이’, ‘알팡’, ‘강냉이튀기’, ‘꽝튀기’ 등이 있는데 휴게실이나 매점이 있는 영화관에서는 대부분 관람 전에 과자나 음료를 먹는다. 영화를 보기 전 음식물을 먹는 건 일종의 관람 문화로 볼 수 있다. 남한에서는 2008년부터 상영관의 외부 음식물 반입이 허용됐는데 취식 상황에서의 소음과 냄새는 여전히 논란이다. 북한에서 영화관은 공공시설이라는 성격이 강하고 타인에게 민폐를 주지 않으려는 규범이 작동하는 공간이기에 영화를 보면서 음식을 섭취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남한에서는 극장과 영화관을 굳이 구분하지 않아 극장을 곧 영화관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극장은 좀 더 포괄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극장은 연극, 가극, 교예 같은 공연예술이나 집회를 할 수 있는 종합시설을 의미하며 영화관은 말 그대로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수도 평양에는 개선영화관(모란봉구역), 대동문영화관(중구역), 낙원영화관(보통강구역), 평양국제영화회관(양각도) 등이 있으며 청진이나 신의주 같은 주요 도시에는 3~4개, 지방에는 1개 정도의 영화관이 있다고 한다.
주민 교화와 설득에 초점을 맞춘 영화산업
근처에 영화관이 없다고 해서 영화를 못 보는 것은 아니다. 북한 당국은 과거부터 주민들을 교화하고 설득하고자 영화산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종합예술이며 집단창작인 영화는 집단을 중시하는 북한 사회의 특성과도 일견 비슷한 점이 있다. 영화는 제작하기 어렵지만 한 번 제작하면 복사와 배포가 가능하고 하얀 스크린만 있으면 어디서든 관람할 수 있다. 영화관이 아니라도 도, 시(군)의 문화회관, 공장·기업소, 협동농장 등에서 영화를 볼 수 있고 낙후한 도서·산간 지역에서는 일종의 가설극장을 설치해서 관람하기도 한다.

북한 사회의 특성상 영화 관람시 집단관람이 잦은 편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여가로 영화관에 가는 경우는 적다. 관람권이 저렴하긴 하지만 북한 주민의 상당수가 생산과 조직 활동, 심지어 개인 장사까지 하기에 여가는 제한적이다. 남한과 달리 북한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아닌 단관 영화관이 대부분이다. 볼 수 있는 영화도 제한적이고 한 작품을 오래 상영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일상에서 영화관은 조금 거리가 있다.
스마트폰 앱부터 IPTV까지 다양해진 영화 관람법
한동안 영화는 침체기를 걸었지만 김정은 시기 들어 영화제작과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필름방식을 개선한 디지털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해 평양과 전국의 영화관으로 확대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동안 신작 영화를 만들지 못했던 북한은 지난 4월 6년 만에 ‘하루낮 하루밤’을 공개했다. 그간 남한의 다큐멘터리인 ‘기록영화’를 내놓긴 했지만 일반 영화는 2016년 ‘우리집 이야기’, ‘복무의 자욱’, ‘졸업증’ 이후 별다른 신작 발표 소개가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영화제작이 이루어질지 지켜봐야겠지만 작품 창작은 제한된 환경에서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서는 IPTV,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환경과 소비자 선호가 반영된 결과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장소에 상관없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기존 남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복합문화시설과 특별관 등 체험공간을 만들어 관객의 참여를 늘리고 있다. 북한 역시도 남한과 차이는 있지만 주민의 문화생활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4차원 영화관인 ‘입체율동영화관’을 곳곳에 건설하고 있으며, 국가망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생활의 벗’, 일종의 IPTV 셋톱박스인 ‘만방’, 스마트폰 앱인 ‘나의 길동무’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 주민들은 태양열 전지판이나 축전지 등을 통해 TV나 IT 기기를 통해 주로 집에서 영화를 관람한다.

코로나19로 주춤하긴 했지만 북한은 영화를 통해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진행했고 남북 간에도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 남북관계에 어려움이 있지만 영화관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기회와 접근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남북 주민의 요구와 소비에 부합하면서 국제사회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춘 남북 영화의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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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승 대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