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12022.09.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월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북한포커스

코로나19 이후 북한 경제

경제목표 달성 독려하며 우방국과 경제협력 추진

코로나19가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고 2022년 하반기 북한 경제와 정책적 대응을 전망한다.

최근 북한 당국은 방역 전쟁이 종식됐다면서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정상 방역체계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1 북한 공식 매체는 지난 5월 12일부터 8월 3일까지 총 발열자 수는 477만 2,813명이며, 이 중 477만 2,739명이 완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국경은 2년 넘게 봉쇄돼 있다. 외부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고 할 수 없는 북한 경제에 있어 제재와 봉쇄의 지속은 경제적 부담의 가중을 의미한다. 더구나 올해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부진했던 성과까지 만회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1) 평양 비상방역총화회의, 2022.8.10.
대외 부문의 충격이 북한경제 전반에 영향
북한의 수출은 강화된 국제사회 제재로 2018년부터, 수입은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급감하기 시작했다. 2018년 북한의 대중 수출이 88% 급감하면서 북한의 전체 수출도 83% 감소했다. 또 대중 수입이 81% 감소하면서 전체 수입도 79% 감소했다. 특히 국경봉쇄 이전에는 제재의 대상이 되는 품목들만 타격을 입었기에 경제 일부에만 부정적 영향이 관찰됐으나, 봉쇄 이후인 2020년부터는 식량, 생필품, 원료, 중간재 등의 수입이 급감했고 내수 경제에도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UN BEC2 기준으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북한 국경의 봉쇄와 함께 수입액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품목(2019~2020년)은 산업용 가공 원자재(BEC 22 : 11.1억 달러), 소비용 음식료(BEC 12 : 3.4억 달러),반내구 소비재(BEC 62 : 2.2억 달러) 순이다. 국경봉쇄가 계속된 2020년과 2021년 사이에도 소비용 음식료(BEC 12 : 1.6억 달러), 비내구 소비재(BEC63 : 0.5억 달러), 산업용 가공 원자재(BEC 22 : 0.2억 달러) 등에서 수입이 추가적으로 줄어들었다. 즉, 제재 이후에도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던 내수 경제와 주민들의 민생 경제도 지속적인 국경 봉쇄의 부정적인 영향은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2) Broad Economic Categories, UN이 제시해 전 세계에서 활용되는 무역품 가공단계별 분류기준
연도별 북한의 대외무역
단위: 억 달러

자료: UN Comtrade

대외 부문의 충격은 서서히 북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재정(국가 예산) 상황이다. 북한의 국가 예산 수입(revenue) 계획은 당국이 직접 발표하기 때문에 당국이 인식하는 그 해의 경제 상황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그런데 2021년부터 북한의 국가 예산 수입에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연평균 4%대를 유지하던 국가 예산 수입 증가율 계획이 2021년에는 0.9%로 발표되더니, 2022년에는 가장 낮은 수치인 0.8%로 발표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작년과 올해 상황이 국가 예산에 현실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국가 예산 수입 증가율 계획이 둔화됨에 따라 지출(1.1%)도 제약받게 됐다. 과학기술(1.6%→0.7%), 교육(3.5%→2.6%), 문화예술(2.7%→0.3%), 체육(1.6%→0.8%)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작년 대비 증가율이 하락했다. 대신 경공업, 선행 기초공업, 농업 등이 포함된 ‘경제건설’ 분야에 집중한다고 천명했으나(0.9%→2.0%), 이 또한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중앙의 정책 여력은 대규모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미흡한 상황일 것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부정적 영향 증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2022년 5월에는 오미크론 확산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전에도 불리한 대외적 요인(대북제재와 국경봉쇄)을 가정하고 수세적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 있는데 여기에 돌발변수까지 추가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이 새로운 변수의 등장은 북한 경제에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노동력을 동원해 인위적 부양이 가능한 건설업과 농업 부문에 차질이 생겼다. 사실 건설업은 설비투자가 필요 없고 자원을 비교적 쉽게 동원할 수 있으며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고 선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인해 대규모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역량을 집중하고자 했던 농업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둘째, 대외 무역 재개가 상당한 시간 동안 지연됨으로써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사실 2020년 국경봉쇄 이후 무역이 거의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추가적인 영향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역 재개를 통해 경제침체를 벗어나고자 했던 북한 입장에서는 무역 재개 지연은 기회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0년 4분기를 저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북중 무역이 코로나가 확산된 2022년 2분기에는 갑자기 감소하기도 했다.

셋째, 일반 주민과 경제주체들의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북한에서 재정의 역할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 예산이 줄어든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감소한 국가 예산 수입분을 ‘계획 이외의 과제(주로 사회적 과제)’를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즉, 중앙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에 예산 투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경제주체들에게 사회적 과제의 형태로 상납, 지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그동안 북한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기능해 왔던 비공식 부문을 위축시킬 수 있다.
분기별 북한의 대중 수출입
단위: 백만 달러
자료: 중국 해관통계
하반기 북한의 정책적 대응 전망
그러면 향후 북한은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방역 전쟁이 종식됐다고 선언한 만큼 엄격한 방역 규칙을 완화하는 과감한 조치들이 내려질 수 있다. 경제활동 제한으로 인한 민심동요 방지, 식량수급 상황 개선, 체제 선전 등을 위함이다.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 확산이 지도층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던 만큼 최근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방역 및 봉쇄 조치가 형식적으로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전염병 위기 자체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활동에는 제약이 존재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2022년 계획된 경제목표 달성을 독려할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특정 부문(금속 및 화학공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도, 군, 도시 단위 간 경쟁을 고취함으로써 자력갱생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방역이 조금 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농업, 건설업, 경공업에 대한 노동 투입을 적극적으로 늘림으로써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북한은 민심 동요를 방지하고 계획된 경제목표 달성을 본격적으로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8월, 41년 만에 완공된 북한 어랑천 3호 발전소 모습 ⓒ연합/조선중앙통신

끝으로 전통적 우방인 중국 및 러시아 등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자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무역, 투자 등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정세를 활용한다면 중국 및 러시아를 통해 제재의 강도를 일부 무력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공식 매체에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전통적인 북러 친선’등과 같은 사설들이 실리기도 했다.

종합하면 북한은 방역 완화 등을 통해 민심 동요를 방지하는 한편 하반기에는 성과 달성을 본격적으로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의 국제 정세를 활용해 전통적 우방국들과 경제 관계를 개선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북한의 대내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존 계획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전략을 취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이며 기저효과를 넘어설 수 있는 경제적 반등이 나타나기도 불가능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이 종 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