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12022.09.

‘을지프리덤실드(UFS)’ 연합훈련이 시작된 지난 8월 22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움직이고 있다. ©연합

진단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핵정책

일관적 대북정책으로 남북 간 긴장완화 유도

지난 8월 축소·조정 시행됐던 한미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이 정상화됐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내용과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살펴보고 한반도 정세관리를 위한 과제를 진단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022년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됐다. 을지프리덤실드(Ulchi Freedom Shield, UFS)로 명칭을 새롭게 바꾼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에는 5년 만에 재개된 실기동 훈련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미연합연습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북한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정상화의 의미
북한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실시해 왔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lchi-Freedom Guardian, UFG) 훈련은 지난 2018년 중단됐다. 정부는 UFG를 잠정 유예한 채 북한과 비핵화 대화에 주력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도출했다. 2019년 3월에는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종료됐고 같은 해 을지연습과 한국군 단독훈련인 태극연습을 통합한 을지태극연습이 실시되면서 UFG는 사실상 폐지됐다. 대신 한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운용하는 지휘소 방식의 한미연합지휘소훈련(Command Post Training, CCPT)을 진행했다.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은 한반도 정세와 코로나19 사태 등을 고려해 실기동 훈련을 배제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방식은 2022년 4월에 진행한 한미연합군사훈련까지 이어졌으나 국내 일각에서는 ‘워게임’이란 비판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힘을 통한 평화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 위협이 심화됨에 따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정상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UFS는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사전훈련이라 할 수 있는 위기관리 연습(8.16.~8.19.)을 나흘 간 진행했다. 본 훈련은 북한 공격을 격퇴하는 1부(8.22.~.8.26.)와 반격하는 2부(8.29.~9.1.)로 나누어 진행했다. 훈련 내용에는 시뮬레이션인 지휘소 연습은 물론 연대급 이상 연합 기동훈련이 포함돼 있다. 우리 군은 그동안 축소·조정 시행해 온 한미연합연습과 야외 기동훈련을 정상화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연합 방위 태세를 공고히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훈련을 앞두고 낸 입장문에서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연습”임을 강조해 북한을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런 우리 군의 입장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첫째,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는 한미동맹의 정상화를 보여준다는 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둘째, 이번 훈련은 북한의 군사적 공격을 상정해 이를 격퇴하고 반격작전을 전개하는 형식으로 구성했고 북한에 대한 무력침공 계획은 상정하지 않는다. 셋째, UFS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에 따른 미래 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과정에서 실기동 훈련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했다. ©연합
북한의 핵정책 변화와 무력도발 가능성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방어적 성격의 훈련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북한 지도부를 자극해 무력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2022년 초까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뮬레이션 형태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줄곧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앞두고 김여정 부부장은 남한의 배신적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으며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통화에도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UFS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도부의 연설과 대외 선전매체들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7월 27일 전승절 연설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같은 작태를 이어간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8월 22일 UFS가 시작되자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려명’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핵전쟁 발발의 예고편이자 용납 못할 선전포고”라며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의 파기와 남북공동선언과 모든 합의를 전면 부정하려는 것”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매체는 “잘못된 선택에 엄정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고 그 결과는 상상하는 것조차 참혹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과민한 반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핵정책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더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 연설에서 ‘핵무력의 둘째가는 사명’을 언급한 만큼 핵무기와 관련된 무력대응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 또한 2022년 4월 5일 담화에서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직접적으로 한미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거나 한국에 대한 물리적 타격을 가할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 북한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남 선전매체 메아리는 현재의 정치·군사적 상황에 대해 “사소한 우발적 행동에 의해서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형국”이라며 우연에 의한 긴장 고조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핵무기가 강압보다는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세적이라기보다는 수세적 입장에서 핵 능력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무력도발을 감행한다면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군사적 단호함을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고려해 시험발사할 무기 종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후반에 전개될 가능성이 있으며 도발 수위는 전략무기나 전술핵무기 시험발사가 예상된다.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과 수위가 높은 무력도발을 감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완전히 종료된 후 정권수립 기념일(9.9.)을 앞두고 진행해 정치적 의미를 배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무력대응을 할 것이라 단정짓기도 어렵다. 북한은 올 전반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한미연합지휘소훈련 당시에도 북침 전쟁 연습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으나 추가적인 무력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실드가 진행 중인 8월 23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의 한 훈련장에서 K55자주포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
남북 간 안보대화 통해 상충점 해소해야
현재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 대 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필요하게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중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UN안보리 추가 제재에 동참할 수 있으나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추가 제재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심대한 타격을 주기보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반감만 부추길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북한은 한미의 군사적 맹동과 대북 적대시 정책이 지속된다는 점을 이유로 강화된 핵 능력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하면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라는 명목 하에 잦은 무력도발을 벌일 위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북한의 관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반영해 보강·발전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식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는 북한의 체제보장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정치·군사 분야의 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고강도 제재가 장기간 유지된 북한에게 있어 경제난 해소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는 하나 경제발전은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대외관계를 전제로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김정은 정권의 체제보장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북한의 긍정적 호응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가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보다 북한과 주고받는 거래를 통해 긴장완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한 제안에 김정은 정권이 진지하게 호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나 기타 군사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남북 간에 비례적인 위협 감소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술핵무기의 경우 피해 범위가 한반도와 그 주변인만큼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무기 감축과 비례해 우리의 재래식 무기 개발 지연·감축을 논의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 간 안보대화를 통해 상충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4년 만에 대규모로 재개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뿐만 아니라 남한이 진행하는 모든 유형의 군사훈련을 반대해 왔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군사훈련의 전면 중지라는 북한의 요구사항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권국가로서 평시 안보태세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 향후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비한 군사훈련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핵확산방지조약(NPT) 회원국으로 핵무장을 할 수 없는 남한은 북한의 핵 위협을 재래식 전력의 증강을 통해 억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의 입장을 북한에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김 보 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