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22021.12

연간기획

미래가 온다 ⑪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위드 코로나’
강화된 사회정책으로 누구나 행복 누려야



위드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또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우리의 삶을 전망한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2020년 1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 우리는 코로나19가 현재와 같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20년 3월에서야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과 미국 등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코로나19의 공포가 우리를 엄습했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미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년여 동안 매일매일 확진자가 발표되고, 이에 따른 방역 강화가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2021년 11월에 이르러서야 점진적 일상회복의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 너무나 긴 기간 코로나19가 우리를 억누르고 우리 삶의 여러 부분을 힘겹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각 국가의 감염병 등에 대한 위기 대응 능력과 리더십의 차이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명과 암
  한국은 코로나19 초기 대응 미비(마스크 부족, 긴급 의료체계 미비 등)로 인해 확진자가 증가하고 방역에 혼란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빠르게 방역체계 마련(코로나19 검진, 진단 키트 및 의료진 방역물품 선제 대응, 선별진료소, 드라이브스루 검사 등), 마스크 문제 해소,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사적모임 제한과 같은 생활 방역체계 도입, 확진자에 대한 진료체계 구축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체계를 정착시켰다. 이는 다른 선진국들이 봉쇄정책의 전면 시행을 통해 코로나19를 방역하는 것과 달랐다. 한국은 봉쇄 없이 일상 속에서 안정적으로 코로나19를 방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정부의 정책 수립·집행의 신속성에도 근거하고 있지만, 국민들 역시 힘든 과정 속에서도 정부를 믿고 함께 동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K-방역으로 명명되는 코로나19 대응체계가 세계국가들이 선망할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체계는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부정적 영향 또한 함께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감염병 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 수단을 보면, 해외 선진국은 지역 혹은 국가를 봉쇄하면서 사람과 물품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폐쇄조치는 취하지 않았지만 사적모임 금지, 영업시간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방역체계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경제활동 축소로 인해 임시·일용직, 프리랜서 등의 비정형 노동자들은 조업 중단 등으로 일시 휴업, 실직 등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소득 감소와 상실을 가져왔다. 20대와 여성들의 정서적 스트레스, 우울 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소상공인 등 영세자영업자는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인한 영업 손실로 매출 감소, 폐업 등의 위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복지와 교육 분야에서는 각종 시설 폐쇄로 노인, 장애인, 아동에 대한 돌봄 공백이 발생하였고, 등교 제한으로 교육 불평등이 확대되는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었다.

  우리의 사회정책이 이들 위기계층을 충분히 보호해 주었는가. 부끄럽게도 한국의 사회정책은 위기 가구, 위기 노동자, 위기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는 데 미흡했다.

  외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두 가지 형태로 코로나19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자 했다. 하나는 주로 유럽국가들이 대응한 방법으로, 기존 사회정책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면서 국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들에게 일시적으로 긴급지원금을 지급하여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 것으로 한국, 미국 등이 취한 방법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사회정책 또는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상황에서 위기 국면의 국민에게 긴급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과 관련한 정치적 논쟁이 유발되기도 했다.

K-방역이 감염병 위기를 극복했다면,
위드 코로나 속 일상회복을 거친 후에는
단순히 코로나19 이전 사회로의 회귀보다는
강화된 사회정책을 통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발표한 지난 10월 2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풍경ⓒ 연합
단순한 일상회복 아닌 새로운 시대로
  향후에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와 다른 형태의 경제적 위기(1998년 IMF 경제 위기, 2008~2010년 세계금융위기 등) 또한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위드 코로나를 대비하고 있으며, 위드 코로나 속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도 변화를 주었다. 비대면 사회, 디지털 사회, 새로운 노동환경(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등이 바로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두 가지 방식의 미래를 고민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상회복 단계를 거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위기 이전의 사회체제와 사회정책 속에서 기존 사회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며 생활하는 것이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를 희망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생활은 기존 체계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변화를 경험하였다. 국민들은 비대면 사회에 익숙해져 가고 있으며, 사회정책 측면에서도 과거로의 단순한 복귀는 미래에 다가올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다시 한번 위기가 발생할 경우 우리는 또다시 소모적인 정치·사회적 논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위기는 기회’라는 모토 속에서 새로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기존 사회로의 단순 복귀보다는 변화된 사회환경에 부응할 수 있는 사회체계와 국민 역량을 갖춰야 한다. 사회정책 측면에서 코로나19를 통해 발견된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잔여적·선별적이기보다는 중간계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인 사회안전망도 필요하다.

  이미 이와 같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를 더욱 빠르게 진전시켜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의 조속한 도입, 긴급복지지원, 국민취업지원제도, 고용서비스 간 연계, 돌봄 강화, 사회서비스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마련 등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의 돌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돌봄서비스의 확충과 관련 전문인력의 보강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불안을 가지고 있는 일자리, 주거(부동산 문제), 소득 및 재산 양극화,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전환적 정책이 국민들을 위해 제시되어야 한다. 생애주기별로도 청년과 노인을 위한 지원방안이 강화되어야 한다. 노인빈곤율이 OECD 가입국 중 최고인 현 상태를 벗어나야 하며,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미래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 논쟁하기보다는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사회보장체계,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제정책과 더불어 사회정책이 중요시되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지난 11월 7일,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위드 코로나 시대, 모두가 행복한 삶 누리는 사회로 전환돼야
  2021년, 국민들은 두 가지 상반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다. 하나는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기관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클럽으로 상향했고, 한국은 이제 G20을 넘어 G7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또한 세계 7번째로 누리호를 우주에 올릴 정도로 국내 경제와 과학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높아졌다.

  또 하나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보이는 모습이다. 국가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기보다는 사적인 영역의 도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으며, 사적 부양체계가 없는 국민은 매우 부정적인 형태로 삶을 마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한 국가적·국민적 역량을 우리는 이미 갖추고 있다. K-방역이 감염병 위기를 극복했다면, 위드 코로나 속 일상회복을 거친 후에는 단순히 코로나19 이전 사회로 회귀하기보다는 강화된 사회정책을 통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매년 보아온,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다는 평가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더 이상 회자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