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12021.11

평화통일 칼럼

‘비대칭안보 위협’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출발점으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전원회의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편견적인 시각’, ‘불공정한 이중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의 철회’를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지만 적대시정책은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였다.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 여부는 남북한, 미국의 안보위협에 대한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그 핵심 요소는 한마디로 ‘비대칭 안보’에 대한 주·객관적 인식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존재를 사활적 안보위협인 동시에 비대칭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핵무기로 인한 비대칭 안보위협에 대한 우리의 우려는 고려하지 않으면서, 전략무기의 도입 등 남북한 사이 재래식 전력의 비대칭 안보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본토를 위협하는 사활적 안보의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안보질서에 대한 ‘훼방꾼’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안보를 바라보는 서로 간 인식의 차이로 인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인가?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하는 ‘정면돌파전’으로 대응하면서 미국의 선 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종의 ‘버티기 전략’ 혹은 북한판 ‘전략적 인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북제재의 본질적 제약 속에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국면의 장기화로 인해 북한경제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대칭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버티기 전략이 생존을 근원적으로 위협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대내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지향하는 인민을 중시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적대시 정책의 산물로서 비대칭 안보위협을 강조하면서 내핍을 통한 생존전략을 지속하고 있지만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탈출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의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의 결단을 내리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향을 표명하였다. 북한의 속내를 볼 때 남북,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 여건을 조성해 나갈 우리의 역할 공간이 있어 보인다. 일정 정도 서로의 안보위협을 해소해 나가면서 북한의 난국 타개를 지원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남북관계 개선이 실질적인 북·미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도가 재가동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 나갈 때이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