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02022.08.

평화통일 창

북한의 결혼과 이혼

“사람은 아주 좋더라, 돈은 나중에 벌면 되고” 부모님의 이 한마디에 배우자가 될 사람의 얼굴도 보지 않고 조건 없이 중매로 결혼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1950년대 지리산 철쭉보다 붉은 입술로 19살에 아버지를 만나 결혼한 필자의 어머니 시대 이야기다. 70여 년의 시간이 지난 2022년, 사회주의 북한과 자본주의 남한에서 모두 배우자의 선택 기준은 외모, 직업, 성격, 학벌보다 경제력이 우선시되는 듯 하다.

북한 결혼의 모든 것
북한은 사회주의적 관점에 입각해 가족의 형태를 사회주의 체제에 맞게 인위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가능하면 가정에서의 시간을 축소하고 남성은 물론 여성까지 국가를 위한 사회의 일꾼으로 동원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였던 김일성 주석의 인식에서도 나타났다. 1971년에 시행된 사회주의 노동청년동맹 제6차 대회 연설에서 김일성 주석은 가정의 혁명화 정책의 일환으로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결혼을 하면 혁명과업 수행에 지장을 주게 된다”고 지적하며 “남자는 30세, 여자는 28세가 된 다음에 결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 북한에서는 남자들의 군복무와 여자들의 직장생활로 인해 만혼 경향이 나타났으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현재는 남한과 같이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이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북한 결혼의 형태를 보면 연애결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정치적, 사회적인 제약이 많은 편이다. 간부나 앞으로 당원이 될 남자가 ‘성분이 나쁜 여자’와 결혼할 수 없는 것이나 농촌 처녀가 도시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 남자가 농촌으로 이주해야 하는 등 지역적인 제약도 있다. 보안상 비밀이 요구되는 군수공장 등의 특수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타 지역 사람과의 결혼이 제한되기도 한다.

선호하는 배우자 조건으로는 경제력, 직업, 거주지, 출신성분, 당원 여부 등을 꼽을 수 있다. 배급제가 시행되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당 기관이나 행정·경제기관 등 힘 있는 권력기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인기가 높았으나 식량사정이 어려워진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사회적인 인정뿐만 아니라 뇌물 등의 부수입이 좋은 외교관, 무역회사 직원, 선원, 장사꾼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신붓감으로는 백화점 판매 점원과 호텔 및 식당 요리사 등 생필품 구입이 쉬운 직종이 인기라고 한다.

결혼식 예복의 경우 신랑은 보통 양복 정장을 입고 신부는 한복을 입는데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 배지를, 오른쪽 가슴에는 붉은 꽃을 단다. 결혼 휴가는 7일까지 갈 수 있으나 보통 3일만 가고 4일은 반납한다고 한다. 북한은 주택이 부족해 일반인들은 결혼을 해도 분가하지 못하고 시댁 식구들과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복잡하고 어려운 북한의 이혼 절차
남한에서는 부부가 이혼하기로 결정하면 당사자들이 합의해 이혼 서류를 작성하고 판사에게 확인서를 받는 협의이혼 제도가 있다. 협의 이혼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부부 중 이혼을 희망하는 쪽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재판상 이혼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북한은 1956년 3월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이혼 제도를 폐지하고 인민재판소의 판결에 의해서만 이혼하도록 명문화했다. 또한 이혼 절차가 복잡하고 이혼 사유가 쉽게 관철되지 않으며 이혼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 재혼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제로 이혼하기는 쉽지 않다. 이혼 신청서의 수수료도 일반 노동자 한 달 급여의 80% 정도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으로 책정돼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판례에서 보면 북한에서의 주된 이혼 사유 절반이 당성과 출신 성분 때문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이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극단적인 불화가 아니면 이혼이 어렵다 보니 가치관의 차이나 출신 성분을 이혼 사유로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결혼과 이혼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북한의 결혼과 이혼 제도를 통해 북한 사회문화의 한 단면을 이해하고 남북한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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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남북한 사회문화 비교, 숙명여자대학교 출판부, 1999
북한의 가정생활(결혼·이혼), NK조선

정 재 호 여성조선 가정회복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