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02022.08.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

진단

나토(NATO) 정상회의와
한·미·일 협력

북한문제, 경제안보 중심으로 협력 강화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결과를 분석하고 한·나토 및 한·미·일 협력방향을 제안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한 정상외교를 개시했다. 동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리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별도로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비롯한 지역·글로벌 현안을 논의했다. 향후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안보 염두에 둔 나토와의 파트너십 강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세계질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 간의 대결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을 군사안보적인 공간으로 인식해 쿼드(QUAD)를 창설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가치와 국제규범, 공급망 재편 등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다양한 협의체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은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위협에 더해 중국을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연대가 인도·태평양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국익·실용의 외교전략과 튼튼한 국방역량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지구촌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외교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5월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동 회담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방위 태세 구축과 확장억제력 확보와 함께 돋보였던 것은 글로벌 다자협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였다.

폴란드 정부가 한국의 K2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를 도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7월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는 국산 군용기가 유럽에 진출한 첫 사례로, 총 수출액만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K-2 흑표전차가 사격훈련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 ©연합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경쟁과 갈등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의 연대에 의해서만 보장된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이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철학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마드리드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안보·평화 구상이 나토의 ‘2022 신전략 개념’과 만나는 지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전략적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나토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것은 경제안보라는 시대적 흐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그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종래의 국제경제 질서가 이익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가치와 공급망 안정성이 중시되고 경제논리와 안보논리가 동시에 고려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사령탑은 중국의 성장 둔화로 한국 경제가 20년간 누려온 수출호황 시대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미국에 이어 유럽과의 경제안보 협력 확대를 통한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과 나토의 협력 강화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의존을 줄이고, 한국 기업의 유럽 방위산업시장 진출과 반도체·원전 분야 등에서 경제이익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의 대결구도 피하고 단계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접근해야
나토와의 협력 강화는 한국 외교에 중국 리스크의 관리라는 어려운 과제를 제기한다. 경제 관계나 북한 문제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중국과 대결구도를 택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에의 관여나 나토와의 협력이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망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가치와 우리가 정한 원칙과 규범에 따른 일관성 있는 대응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미·일 정상은 별도의 회동을 통해 북한 핵 위협 관련 대응을 중심으로 3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3국 정상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지역 및 국제사회의 심각한 안보위협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강화와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3국 간 협력 방안을 협의해가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일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던 한·미·일 안보협력이 복원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한일관계의 본격적인 개선과 별개로 북한 문제와 경제안보 등 현안을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의 신뢰 제고와 결속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일 및 한·미·일 간의 소통과 협력이 불가결하지만
3국 간 안보협력의 범위와 속도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약한고리’인 한일관계 개선을 독려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자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왔지만,1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한일갈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3국 협력이 가시화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안보, 통일, 번영 등 핵심 국익의 실현, 미중 전략경쟁에서 유리한 입지 확보, 한미동맹에서 실질적인 억지력 확보, 한·미·일 협력 실현 등의 측면에서 일본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5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안보 관계를 포함한 한·미·일 간의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6월 11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3국 간의 탄도미사일 방어 훈련 실시가 논의됐다. 향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비례해 공동대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의 신뢰 제고와 결속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일 및 한·미·일 간의 소통과 협력이 불가결하지만 3국 간 안보협력의 범위와 속도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3국 협력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대응을 넘어 광범위한 안보협력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평화헌법이라는 논쟁 외에 한일 과거사 문제, 한중관계 등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윤석열 정부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단계적인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우선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정상화하고, 안보 분야의 인적·정보교류를 확대하며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한일 간에 해상 재난 시의 긴급구조 협력, 유엔평화유지활동(PKO) 관련 협력, 방역 및 개도국 개발원조 공동지원 등과 같은 비전통 혹은 다자 차원의 협력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는 한·미·일 간의 정책 조율 및 바텀업 방식의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calibrated practicalapproach)’을 제안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담대한 계획’을 제안했지만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최종 목표인 완전한 비핵화와 단계적 접근의 장기 비핵화 로드맵을 조합해 미일을 관여시키는 방안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협력, 북한 비핵화 및 대북 억제력의 확보(특히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신뢰성 제고)와 대북 대화의 병행 추구, 미중 전략경쟁과 한반도 문제의 분리 대응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1) 졸고,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한·미·일 협력:미국의 동맹 관리의 시각에서,” 『정책연구과제』 (외교안보연구소, 2022).
조 양 현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