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02022.08.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6월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기능을 지닌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쏜 첫 사례다©. 연합

분석

누리호 발사 성공과 우주 군비경쟁

한국형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다

한국형 뉴(new) 스페이스 시대를 개척한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우주 개발 전략과 과제를 진단한다.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KSLV-II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누리호 성능검증위성과 더미위성이 계획된 궤도에 안착함으로써 한국은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우주 발사로켓으로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보다 약 3개월 앞선 3월 30일 국방과학연구소는 서해상에서 국내 최초로 고체추진 우주 발사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누리호에 비해 홍보나 성공 이후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덜했을 뿐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적으로 시험발사한 것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 이후 액체추진과 고체추진 우주 발사체의 역할이 나뉘면서 생긴 오해라 할 수 있다. 중대형 위성은 지금처럼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액체추진 우주 발사체로 발사하고, 1톤 이하의 소형위성은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고체추진 우주 발사체로 발사해 국가 예산의 중복투자를 막고자 정부에서 결정한 결과이다. 이렇게 정부 주도로 개발된 우주 발사체 기술은 머지않아 민간기업으로 이전돼 한국형 뉴 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형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 개발 3축’ 전략
우주 발사체는 우주 개발에서 중요한 핵심기술이며 군사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주 산업분야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기에 우주 강국들은 발사체 기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개발단계에서는 정부가 이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간기업 주도로 재사용이 가능한 액체추진로켓 개발을 통해 우주 발사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달성함으로써 우주에서의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액체추진로켓에 성공했다는 것은 재사용 액체추진로켓 개발로 가는 출발선에 서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주 개발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벌써 뉴 스페이스 시대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도 우주개발에서 경쟁력을 잃고 낙오하게 된다. 스페이스X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용인하고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누리호의 우주 발사체 기술은 우주 개발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과감하게 민간으로 이전(Spin-off)돼야 한다.

기존의 정부 주도 우주 개발시대를 ‘올드(old) 스페이스 시대’로,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시대를 ‘뉴(new) 스페이스’라고 부르지만, 한국형 ‘뉴 스페이스 시대’는 여전히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뉴 스페이스 시대를 개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간 우주기업이 우주 발사체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 발사장만 보더라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군에서 사용하던 수많은 우주 발사대(pad)를 민간 우주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발사대를 새로 구축하기 위한 초기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민간기업은 국내에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로우주센터가 우주 발사대가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개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즉 민간 우주기업이 인공위성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우주서비스 분야를 개척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우주 발사를 활발하게 추진(속도의 경제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21일 누리호 발사 후 위성 교신을 확인하고 환호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 연합

한국형 뉴 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기려면 속도의 경제(Economies of Speed)를 실현할 수 있도록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대의 수를 늘려야만 한다. 굳이 지상 우주 발사기지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제주도를 거점으로 한 해상 우주 발사체계 개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최적의 우주 발사장소가 제주도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민간 우주 발사를 허용하는 등 제주도 주민들도 민간우주 발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고흥의 나로우주센터가 정부 주도의 중대형 위성발사기지라면, ‘제주해상우주센터’(가칭)를 민간 주도 소형 위성발사기지로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재사용 우주 발사체는 발사비용 절감으로 우주 산업 활성화(수요창출)에 기여했으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주 산업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수요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우주 아이템의 창조(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 가장 빠른 방안은 우주 서비스 분야에 있다. 기존 기술력을 활용하되 서비스를 다양화하거나 민·관·군 협력 및 여러 국가에서 우주 서비스를 공유해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주 인터넷시대가 현실화됐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한 스페이스X라는 민간기업의 우주 서비스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인터넷 통신 서비스뿐만 아니라 군사작전 및 정부 행정에 공통으로 사용되면서 민·관·군 우주 협력의 가능성과 효용성이 입증됐다. 올드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 개발이 국방분야 및 과학기술 활용에 한정됐다면,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발사비용의 절감으로 민간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간수요의 증가세는 아직 높지 않지만 우주 서비스 분야가 다양화된다면 발사체와 인공위성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우주 하드웨어라 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와 인공위성 기술이 선도했다면, 이제는 우주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우주 서비스 기술이 선도해 가면서 우주 하드웨어 기술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우주 개발에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지금처럼 우주 개발 예산과 조직이 정부에 편중된 상태로는 우주 강국들을 따라잡기 어렵다. 과감하게 민간으로 기술을 이전(규모의 경제 실현)하고, 해상으로 발사대를 확대(속도의 경제 실현)하며, 민·관·군 협력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범위의 경제 실현)해야 한다. 이것을 종합해 한국형 뉴 스페이 스 시대의 3축(Economies of 3S; Scale, Speed, and Scope) 전략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가속화되는 우주 군비경쟁과 북한 대응 전략
우주 개발 3축 전략이 패스트 팔로어를 위한 것이라면 우주 개발을 선도(First moving)하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에만 의존하는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 민간 우주기업의 등장으로 시작된 뉴 스페이스 시대는 우주 개발의 명과 암을 내포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는 우주 강대국들이 우주 공간을 마구잡이식으로 개발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궤도는 포화돼 가고 그마저도 우주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기존의 우주 강대국들과 비용절감을 경쟁해 나감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전략인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준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이익 창출이 목적인 민간 우주기업의 상용위성과 군사적 목적의 군용위성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민간 상용위성이 군사적, 안보적 역할을 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군사적 표적(target)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주 개발에서 앞서고 있는 국가들은 대체로 군사적으로도 강대국이다. 미소냉전과 함께 시작된 우주경쟁은 중국, 일본, 인도 등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는 국가들의 참여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과학기술력의 평가지표로서 우주경쟁이 시작됐다면 이제는 실제 군사력 활용에 초점을 맞춘 우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의 고체추진 우주 발사체 시험발사가 있던 지난 3월에 북한은 여러 차례 ICBM의 시험발사를 시도했다. 4월의 정치일정을 고려해 발사시기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개발을 서두르다가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업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선전하고 있다. 선대에 계속 실패했던 우주 개발도 은하3호(2012년 12월 12일)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성공하면서 선전선동에 활용하고 있다.

누리호의 우주 발사체 기술은 우주 개발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민간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발사대로 이동하고 있는 스페이스X 우주비행사들의 모습 ©연합

그런 점에서 이번 누리호 발사가 북한에게 우주 개발 경쟁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차례 실패한 화성-17형을 우주 발사체라는 이름으로 동창리에서 발사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내년에 고체추진 우주 발사체를 성공시키면 북한도 무리해서 고체추진 탄도미사일이나 우주 발사체를 시험할지 모른다. 작년 8차 당대회에서 밝혔듯이 북한은 신형 ICBM과 ‘다탄두 개별목표재돌입체(MIRV: Multiple Independently Reentry Vehicle)’의 개발을 우주 발사체 발사와 인공위성 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반도에서 우주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의 해킹이나 전자기파 공격 등에 대해 우리의 우주 자산을 지키기 위한 사이버 보호 및 물리적 방호력 강화에도 조직과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이 상 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