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02022.08.

2030 남북관계 취업노트


정부기관, NGO, 국제기구, 기업, 창업까지. 남북관계와 통일 분야에서 일하는 2030 청년들의 취업전략과 비전을 듣는다.

(사)어린이어깨동무

남북 어린이의 어깨동무를 꿈꾸다

(사)어린이어깨동무는 1996년 설립된 이래 26년간 대북 협력사업, 평화교육 활동 등을 진행해 온 비정부기구(NGO)다. 수십 개의 대북 지원 단체 중 ‘큰언니’를 자처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굵직한 협력 사업들을 진행해 왔다.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남북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같은 키로 어깨동무하길 꿈꾸는 어린이어깨동무 직원들을 만났다.

INTERVIEWEE | 이성숙 팀장 & 오진의 간사



안정은 대외홍보팀장

김연주 행정원

Q. 맡은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이성숙 | 2007년에 입사해 6년간 대북협력팀에서 인도적 지원활동을 담당했고 평화교육팀으로 자리를 옮겨 학교 평화통일교육, 통일캠프 등 교육활동을 진행했습니다. 2016년 ‘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가 개원한 뒤로는 평화교육센터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오진의 | 2019년 7월에 입사해 어느덧 만 3년이 다 됐네요. 소식지, 웹진 등 간행물 발행, 온라인 매체 운영 등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어린이어깨동무에 취업한 계기는요?
이성숙 | 대학원에서 북한정치를 전공했어요. 공부를 마치고 나니 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진짜 북한의 모습이 궁금해졌죠. 또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입사하던 2007년 당시만 해도 남북 교류가 활발한 시기여서 많은 비정구기구가 북한에 방문해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많은 단체 중 어린이어깨동무가 제가 하고자 했던 활동방향과 가장 일치했기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오진의 | 어릴 때부터 비정부기구에 관심이 있어 사회복지관 프로그램이나 지역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대학생 때는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진행한 어린이 캠프에 자원 활동가로 일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어린이어깨동무의 소개로 북아일랜드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그곳에서 1년 정도 봉사하다가 어린이어깨동무의 구인 소식을 듣고 지원해 입사하게 됐습니다.

평양 어깨동무 학용품 공장
Q. 어린이어깨동무와 같은 비정부기구에 취업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이성숙 | 일을 하다보면 담당 업무가 바뀌기도 하고 수시로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협업이 이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 마음과 도전정신이 있는 분들이 지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20대부터 50대까지 함께 일하는만큼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동료들과의 소통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서 다른 국가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해야 하니까요. 필수는 아니지만 아일랜드, 일본 등 여러 해외 단체와 연대사업이 이어지고 있으니 외국어 능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겠죠?

오진의 | 기본적으로 비정부기구 활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비정부기구에 관심이 있다면 해당 단체의 청년프로그램, 자원 활동에 지원해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대학생 때 친구들과 비영리단체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단순히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지원했지만 현장에서 일하면서 나의 진짜 관심사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됐어요.

2015 DMZ 어린이 통일캠프
Q. 취업 이전의 ‘이상’과 취업 이후의 ‘현실’은 어땠나요?
오진의 | 비정부기구에서 일하게 됐으니 ‘좋은 일’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해야 할 수많은 현실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각종 서류 작성, 정리, 인사 등 처리해야 하는 많은 업무들과 급여 부분도 무시하기 힘든 문제죠. 입사 초기에 선배들이 자원 활동가와 활동가의 차이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기에 지금의 저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Q. 어린이어깨동무만의 업무적 특성이 있다면요?
이성숙 | 농담으로 ‘여행 캐리어 좀 그만 싸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에요. 동아시아 평화 교육 연대 사업을 위해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출장을 가기도 하고, 연차가 쌓이면 독일과 같이 분단을 경험한 국가에도 갈 기회가 생겨요. 이렇게 세계 곳곳을 오가다 보면 의외의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게 되고 이를 극복하면서 자신감이 쌓이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해서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야가 넓어졌죠.
Q. 근무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보람된 순간은?
이성숙 | 2010년 5·24조치 시행 이후 대북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콩우유(두유) 원료로 구입해 두었던 설탕을 매각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준비했던 일이 어그러져 많이 안타깝고 아쉬웠습니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어린이 캠프에 자원 활동가로 참여했던 청년이 정식 직원으로 함께하고 일하고 싶다며 입사 지원서를 냈을 때입니다. 우리 활동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에게 인정받은 순간이자 너무나 좋은 동료를 얻은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활동가가 바로 옆에 있네요.

오진의 | 가장 보람된 순간은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이야기해 준 순간이에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청소년 프로그램과 어린이 캠프 행사 개최가 어려워졌을 때입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다시 학생들을 편하게 만 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0 평화워크숍
Q. 어린이어깨동무의 근무환경과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성숙 |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한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사무실 통창 너머 보이는 마당의 나무와 꽃들을 보며 힐링을 하기도 하고 비 오는 날이면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낼 수도 있어요. 단점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라 하나하나 직접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진의 | 저희 단체는 이름 대신 서로 별칭을 부르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연차나 나이로나 제가 귀염둥이 막내인데, 50대인 팀장님을 부를 때 ‘아오리’라고 편하게 부르고 있어요. 호칭뿐 아니라 설거지, 심부름 등의 자질구레한 일들도 선배 활동가들이 솔선수범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점이 있다면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지하 창고에서 3층 회의실로 물건을 한번 옮기면 녹초가 된다는 점입니다.

2018 평화교육 심포지엄
Q.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주세요.
이성숙 |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틀을 다듬고 콘텐츠를 확충해서 더 많은 시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비정부기구의 특성상 활동을 체계화하고 이론화하는 등 연구 개발하는 업무 또한 자체적으로 해 나갈 수밖에 없는데요. 이를 위해 대학원 에 진학해 보다 전문성을 쌓고 싶습니다.

오진의 | 많은 사람들이 평화통일과 북한에 대한 주제를 어려워하는데, 제가 하는 활동을 글로 잘 풀어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2019년에는 나름 큰 뜻을 품고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북아일랜드에서 자원 활동가로 겪었던 경험을 적어 올리기도 했는데요. 작가라는 거창한 타이틀 보다는 매일의 활동을 소소하게 풀어내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사)어린이어깨동무 TMI
(사)어린이어깨동무 TMI (사)어린이어깨동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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