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52023.01.

평화톡 통일톡

2022 여성 리더 토크콘서트

‘탈북 여성 성공 정착 리더십,
통일의 좌표를 찍다’

민주평통 서울지역회의 여성위원회(위원장 이상임)는 지난 12월 13일 서울 사이버대학교에서 ‘탈북여성 성공 정착 리더십, 통일의 좌표를 찍다’를 주제로 여성 리더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전국 여성 자문위원 250여 명이 함께한 이번 행사는 탈북 여성들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여성 리더십을 재조명하고 통일을 위한 여성들의 역할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격려사에 나선 김관용 수석부의장
아름다운 파이프오르간 연주로 막을 올린 개회식에서는 이상임 서울 여성위원장의 개회사, 김관용 수석부의장의 격려사, 강인 서울사이버대 총장의 환영사, 여성평화헌장 낭독이 진행됐다. 김관용 수석부의장은 격려사에서 “탈북 여성들은 북한을 잘 아는 중요한 사람들로, 이들을 통해 통일을 구체화하고 미래 비전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탈북민 정착을 위한 지원뿐 아니라 통일의 자산이자 지역사회 이웃인 탈북민들과 함께하는 평화통일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탈북만큼 힘들었던 정착 생활’
3人3色 인생 역전 스토리
이어 김희영 더좋은공감 대표(민주평통 상임위원)의 사회로 본격적인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토크콘서트 패널로는 박지나 ‘친 한의원’ 대표원장(탈북 한의학 박사), 이은영 ‘은영 수산’ 대표(국민희망대표 20인 중 탈북민 대표), 이명애 ‘진미가 푸드’ 대표(북한 전통음식 명인), 김미경 MKYU대표(여성리더십 멘토), 강하자 서귀포시 청년문화의집 관장(미래세대멘토)이 참여했다.

탈북 한의사로 의료인의 꿈을 펼치는
박지나 ‘친 한의원’ 대표원장

탈북민 어촌 정착 프로그램의 멘토로 봉사하는
이은영 ‘은영 수산’ 대표

북한 전통음식의 명인
이명애 ‘진미가 푸드’ 대표

2007년 한국에 정착한 박지나 원장은 북한에서 8년 간 한의사로 일했던 한의학 박사다. 꿈을 안고 남한에 왔지만 북한에서의 한의사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이곳에서 다시 한의사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책한 권 살 돈이 없어 낮에는 파출부로, 밤에는 수험생의 삶을 살며 꿈을 이어갔던 그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노동으로 한동안 시력을 잃는 큰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의 마음을 다잡게 한 건 46세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부친의 유언이었다. “훌륭한 의료인의 삶을 살아달라”는 부친의 유언은 박 원장의 인생 모토가 됐다. 남한에서 꿈을 이어가고 있는 박 원장은 “대한민국에서 한의사로 살고 있지만 평범한 탈북자나 의료인이 아닌 통일 한국에서 남북한 의료를 연결하는 사명과 역할이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인간극장 ‘은영 씨의 꽃 피는 바다’ 편의 주인공이자 국민희망대표 20인에 선정된 이은영 씨는 천여 평의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은영 수산’ 대표다. 이은영 대표는 2009년 현재의 남편을 만나 전남 강진으로 내려왔지만 결혼과 함께 남편이 진 3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주꾸미 잡이부터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며 빚을 갚아 나간 그는 몇 년 만에 어엿한 수산물 가게 대표가 됐다. 현재 연 매출 30억 원에 달하는 소득을 올리며 마을의 보석이 된 ‘은영 씨’는 강진군에서 지원하는 탈북민 어촌 정착 프로그램의 멘토로 봉사하고 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지역 아동들에게 전복을 구워주며 장학금을 전달하는 진짜 이웃이 됐다.

이명애 ‘진미가 푸드’ 대표는 북한에서 9년 간 음식업을 했던 요리 전문가다. 탈북 후 처음 문을 연 식당은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자그마한 골목식당이었다. 초반에는 손님이 너무 없어 문 닫을 결심까지 했지만 이후 거짓말처럼 입소문이 번지며 개업 7개월 만에 줄 서는 식당이 됐다. 가장 한국적인 맛을 찾기 위해 많은 음식들을 버리며 연구를 거듭한 이명애 대표는 각종 요리대회를 석권하며 2016년 ‘북한 전통음식’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각기 힘든 과정을 거쳐 살아온 3인의 탈북여성 이야기를 들은 김미경 대표는 “탈북에 대한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며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존경받아 마땅하다”며 “남북을 떠나 모두가 배워야 할 위대한 여성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포용과 사랑의 ‘엄마 리더십’으로 평화통일의 길을 만들다
이후 여성 통일리더 정책건의 시간이 이어졌다. 박지나 원장은 “보건안보가 중요해진 만큼 대북 의료지원이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지원 형태에 대해서는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영 대표는 “‘바다’라는 자연과 함께 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현장에서도 기후 위기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북한에 묘목을 심는 사업 등을 통해 남북이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애 대표는 남과 북에서 일부 다른 종류의 작물이 자라고 있는 점에 착안해 서로에게 필요한 작물 종자를 교환하는 농업교류를 제안했다.

멘토로 참여한 강하자 관장은 “남과 북이 서로 포용하며 관용하는 태도로 대화의 물꼬를 틀 때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의 길도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대표는 “소통이 보다 중요해진 요즘 ‘함께’ 하는 것에 장점을 가진 여성 리더십이 강점이 될 수 있다”면서 “척박한 삶 속에서도 가정과 대한민국을 지켜낸 엄마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함께 손을 잡고 나가자”고 강조했다.

탈북 여성들의 평화통일 이야기를 나눈 여성 리더 토크콘서트
토크콘서트 내내 자리를 지킨 김관용 수석부의장은 “오늘 나온 여성 자문위원들의 소중한 의견을 참고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리포터로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사를 취재한 필자는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보여준 강인함과 인내, 포용에 같은 여성으로서 자긍심을 느끼면서도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생각나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성 자문위원은 평화를 일구고 지키는 창조적인 주체다”라는 여성평화헌장의 문장을 다시 떠올려 본다. 여성 자문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평화통일을 일구는 주체가 되어 통일의 에너지를 모아나갈 때 통일은 어느덧 우리 곁에 와있을 것이다.

여성 리더 토크콘서트 참가자 단체사진

+ 현장의 목소리

정혜숙 전남 여성위원장
정혜숙ㅣ 전남 여성위원장
“지역 특성을 반영한 탈북민 정착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합니다.”
“탈북민들의 고민 중 하나인 발음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정착 생활에 자신감을 주어야 합니다.”
이화선 충남 여성위원장
이화선ㅣ 충남 여성위원장
“탈북여성들이 정착 초기부터 직업을 설계하고 생애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교육기관을 확대하고 관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이미선 영국협의회 자문위원
이미선ㅣ 영국협의회 자문위원
“제가 사는 영국 뉴몰든 지역은 500여 명의 탈북민들과 한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미리 이룬 통일촌’입니다. 남북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호흡하는 뉴몰든처럼 서로를 나누지 않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지영 사회·문화분과 상임위원
이지영ㅣ 사회·문화분과 상임위원
“밥 한 끼의 소통으로도 여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을 위한 작은 일부터 해나갑시다.”


박 비 주 안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 기자
(부산 중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