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52023.01.

그린 한반도

‘그린’으로 이어지는 남북 그린데탕트

DMZ 접경에서 시작하는 그린 평화

집권 2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어떤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까? 비핵화 협상 초기단계부터 보건의료, 식수 위생 등 북한 민생개선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은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남북 그린데탕트 구상과 연속선상에 있다.
대북정책의 ‘이어달리기’ 남북 그린데탕트
그린데탕트는 환경·생태분야에서의 협력, 즉 비정치적·비군사적 교류를 통해 남북 간 긴장상태를 완화한다는 접근방식에 기초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이후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특히 남북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려는 정책은 이러한 기능주의적 접근에 이론적 토대를 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그린데탕트 구상 역시 이러한 전제를 계승하고 있으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대북정책 이어달리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그린데탕트 구상은 경제적 혹은 환경적 차원으로만 접근했던 과거 정부와 달리 북한 주민들의 민생개선이라는 인도적 차원까지 그린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 발전하고 있다. ‘담대한 구상’에는 그린데탕트가 직접 표현되지 않았지만 초기조치로 언급된 북한주민 민생개선 시범사업의 대부분은 그린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DMZ 그린평화지대화를 위한 과제
남북 그린데탕트 구상은 그 범위와 수준이 상당히 포괄적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로드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니즈, 남한의 이익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DMZ 그린평화지대화는 남북 그린데탕트의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특히 남북 간 신뢰가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린평화지대는 남북 그린데탕트와 ‘담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DMZ의 평화적 공간 조성은 197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이 이어달리기를 해온 분야다.

DMZ 그린평화지대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책 추진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북한은 2022년 수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까지 여러 차례 감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되 남북 대화와 교류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도 발신함으로써 남북 교류에 대한 진정성을 북한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관계의 교착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과거와 달리 국제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2021년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자신들의 부족한 관리역량을 국제사회에 일부 공개하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기후변화, 재해재난 등 ‘그린’ 분야가 북한 주민들의 안전한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이들 분야에 대해 제재 면제 또는 예외를 유연하게 적용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담대한 구상’ 초기조치에서 북한 주민들의 민생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유연한 제재 적용을 이끌어낸다면 북한에게 남북 협력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린평화지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DMZ 관할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전협정에 의해 군사정전위원회(현재 유엔사)가 DMZ 관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북한과 접경협력을 합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할권을 이양받기 전까지 DMZ 전 지역을 대상으로 포괄적 관리권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간 정책 조율과 협의가 중요하며 한미동맹 강화 과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DMZ 그린평화지대화를 위해서는 양측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 협력과제를 발굴해 우선순위에 따라 협력을 심화시키는 단계적 접근을 해야 한다. DMZ 접경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염병, 산불, 홍수 등은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문제들이다. 산림협력의 경우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접경을 넘어서는 산림 병해충이나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DMZ 접경에서 상호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북한 역시 협력의 편익을 향유함으로써 남북 협력의 덫에 묶어둘 수 있을 것이다.

DMZ 그린평화지대, 나아가 그린데탕트를 추진하기 위해 포괄적인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남북 그린데탕트위원회(가칭)’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함으로써 그린데탕트와 관련된 정부 부처, 접경 지자체, 민간단체 및 지역사회 등으로 구성된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북한 당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린평화지대화를 통해 남북 신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남북 그린데탕트, 나아가 역내 국가들을 포함하는 ‘그린 한반도(Green Korean Peninsula, GKP)’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용 우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