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82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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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정책포럼」 건국 이래 대동란 맞은 북한

백신 지원 등
중장기적 대응체계 마련해야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은 지난 5월 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북한은 4월 말부터 5월 22일까지 코로나19 누적 유열자(발열자)가 281만 4,380여 명이며, 이로 인해 68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5월 14일~15일에는 연이어 정치국 협의회를 열고 “건국 이래의 대동란”,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 “방역대전” 등을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이러한 북한의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 20일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황나미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객원교수의 사회로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김○○ 전 북한 의사, 김지은 더 웰샘 한방병원 진료원장,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문진수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장, 최성정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대외협력본부장,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참여했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 제한적인 봉쇄 속 생산 활동 유지
북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공식적으로 0%이다. 게다가 방역 정책에서 중요한 의료 인프라, 면역, 바이러스 정보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진수 센터장은 “한국의 경우를 보면 확진자 중 발열자의 비율은 20% 내외이기 때문에 북한에는 발표한 발열자 숫자보다 4~5배 많은 확진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발열자 숫자에 비해 사망자를 매우 낮게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기저질환자와 노인의 사망률이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실제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외형적으로는 코로나19 상황이 통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핵 인구와 고령자가 많고 영양 부족, 방역 및 치료 장비의 부족 등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방역법에 따라 초특급 조치를 발동하고 국경과 지역별, 도시별, 단위별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생산 활동은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민 실장은 “모내기철 영농 활동과 화성지구 1만 가구 건설 등이 이뤄지고 있어 봉쇄와 격폐는 제한적이며 생산 활동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현재의 발생 추세라면 1~2개월 내 전 인구가 감염될 수도 있는데 “중국을 통해 해열제와 항생제, 격리 물품 등을 제공받아 고비를 넘기면서 전 인구의 자연면역을 의도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자연면역을 끌어내고 검진-백신-치료체계를 일정 정도 도입하면서 “코로나 제로 고립체계에서 세계 추세로 편입하며 국경 개방으로 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 차원의 대응, 백신 지원 등 중장기적 대응체계 마련 필요
북한의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남북관계 차원의 대응은 무엇일까?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김○○ 전 북한 의사는 “북한은 진단설비가 매우 부족하고 진단이 어려워 치료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 설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은 원장은 “북한은 예방접종 시스템이 잘돼 있어 백신을 빠르고 정확하게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며 북한을 돕기로 결정했다면 진심으로 마음을 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영식 회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대북제재의 틀안에서 신속하게 물자를 지원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필요 물품에 대한 제재면제 신청을 건별로 할 경우 기본 두 달 정도 소요된다며 “코로나19 지원사업 전체에 대한 포괄적 제재면제를 통해 신속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진수 센터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단기적 대응도 시급하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1만 명 이상의 환자가 나오는 등 중장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북한이 현재는 대남협력에 유보적이더라도 이후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만으로는 힘들고 결국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정 본부장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감염은 변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은 긴급구호가 아니라, 보건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체계적이고 중장기적 지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홍 수석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 북한이 외부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으나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북 지원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정세 여건임을 감안해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신뢰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 가능성이 낮더라도 인도적 지원에 대한 우호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핵실험 등은 유보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핵실험은 내부적으로 큰 이벤트이므로 대규모 내부 선전을 해야 하는데, 최대 비상방역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이 진전될 때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5월 21일 북한은 당 중앙위 정치국 협의회를 열고 “전염병 전파상황이 안정적으로 억제, 관리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 경제 전반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못지않게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코로나19의 위기 앞에서 북한은 어떤 길을 선택할까.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에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을 세우고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