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112024.9·10

북한이탈주민 이순실 씨(오른쪽)가 어엿한 축산업자로 자리 잡기까지는 멘토인 정병현 민주평통 김제시협의회 간사의 지원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청년기자가 간다Ⅱ

민주평통 멘티·멘토 성공 스토리
북한이탈주민 이순실 & 김제시협의회 간사 정병현

6년 만에 소 120마리 축산업자로 성공
“탈북민 쉼터 ‘치유농원’ 함께 만들 것”

“도대체 어디까지가 내 땅이에요?”

전북 김제에 사는 북한이탈주민 이순실 씨는 땅을 임대해 소를 키우다가 지난 2023년에 어렵사리 땅을 매입했습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자기 땅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아랫집에서는 땅의 일부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니, 이 씨는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결국 측량을 해보니 아랫집 건물이 오히려 이 씨의 땅을 침범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땅을 침범했는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그때 정병현 민주평통 김제시협의회 간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정 간사의 소개로 전주시협의회 소속 변호사를 찾아간 이 씨는 결국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씨의 한마디. “아는 게 힘이더라고요!”

힘들게 키운 소 경매 나갈 때 보람 느껴
이 씨가 북한을 탈출한 것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가난과 지독한 배고픔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살면서 너무나 힘들었어요. 먹을 것도 없고, 생활이 고달팠지요. 더 이상 북한에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목숨을 걸고 탈북을 결심하게 됐어요. 북한에서는 하루하루가 생존의 연속이었어요.”

중국으로 탈북해서도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었던 이 씨는 한국에 와야만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삶도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언어와 문화도 달랐고, 특히 외로움이 힘들었습니다.

이 씨는 한국 정착에 성공하고 싶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2년 동안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기 위해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한 게 소를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지만, 젖소를 키운 경험이 있는 남편의 도움을 받으면서 소똥을 치우는 일부터 하나씩 하나씩 배워갔습니다.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고, 소들을 돌보는 일은 끝이 없어요. 하지만 이런 힘든 일도 남편과 함께 하니까 이겨낼 수 있어요. 남편이 젖소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서로 의지하며 일할 수 있는 것이 큰 힘이 돼요.“

자신의 한우농장 축사를 청소하는 이순실 씨. 6년 만에 소를 120마리까지 늘렸다.
이렇게 힘들게 키운 소들이 자라서 경매에 나갈 때 이 씨는 큰 보람을 느낀답니다. 직접 기른 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는 것이죠. 또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힘든 일도 함께하고 기쁜 일도 함께 나누면서 부부로서의 유대감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씨가 정병현 간사와 인연이 시작된 것도 그즈음입니다. 민주평통 김제시협의회에서 김제에 정착한 탈북민을 돕기 위한 간담회와 정착지원금 전달 행사를 할 때 처음 만났습니다. 정 간사는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강한 의지와 열정, 그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정 간사는 이후 이 씨가 땅을 매입하면서 생긴 법적 문제를 포함해 행정적인 지원도 제공하고, 법률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었습니다. 축사 운영과 관련해서도 사료 구매나 소 건강관리 등 실질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멘토링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순실 씨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었어요. 사료값이 비싸고 소를 키우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지요.”

“다른 탈북민 새로운 삶 돕고 싶어요”
이 씨는 정 간사의 도움과 조언 덕분에 소를 키운 지 6년 만에 120마리까지 늘릴 정도로 어엿한 축산업자로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멘토와 멘티를 넘어 이제는 가족과 같은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관계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함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이 씨는 이제 농장 축사 한쪽에 탈북민들의 쉼터인 ‘치유농원’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곳에서 탈북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씨의 꿈입니다.

“저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저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정 간사는 이 씨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계획입니다.

·사진 이 평 강 제21기 청년자문위원 기자(전북 전주시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