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92021.09

평화통일 칼럼

장군의 귀환과 해외 이산가족



  2021년 8월 15일 홍범도 장군이 유해로 귀환했다. 그간 홍범도 장군의 유해 귀환을 둘러싸고 이견이 분분했다. 1991년 김영삼 전 대통령도 카자흐스탄과 협상하여 유해 송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북한이나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가 나서서 반대했다. 북한은 홍범도 장군의 고향이 이북지역이고 후손이 북측에 남아 있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홍범도 장군이 사회주의자 의병장이라는 점도 다분히 고려되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사회의 입장이었다. 그들로서는 고려인의 고난에 찬 역사를 지켜준 긍지이자 정신적 지주인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남한에 보낸다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유해 송환 문제가 재가동되었다.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 씨의 남한 귀환 결정에 힘입어 이번 광복절에 장군의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모실 수 있게되었다.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선 장군의 유해를 모시는 것이 지리학적 의미의 고향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1959년부터 1984년경까지 약 9만 3,000여 명의 재일동포 북송을 ‘귀국’사업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98%가 38선 이남 지역에 고향을 두었기에 귀국이라는 말이 어색하다. 재일동포 북송사업 전에 고향으로 귀환하려 했던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승만 정부에 의해 ‘밀입국자’로 잡혀서 일본으로 강제송환되기도 했다.

  장군의 유해를 이제라도 모시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해외로 이산된 동포들에 대해 고국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어야 한다. 장군 유해 봉환을 본 해외 학자인 박노자 씨의 “쇼만 말고 고려인과 후손의 아픔도 해결하라”는 충고는 부끄럽고 뼈아픈 지적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은 수많은 국가폭력이나 생존자트라우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도 만들어 왔다. 종전 이후 웬만한 나라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외로 이산된 국민을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한국 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해외 동포의 귀국사업을 추진한 것은 사할린 동포의 영구귀국 사례 정도밖에 없다. 중국의 조선족동포나 일본의 조선적동포, 구 소련의 고려인 동포들에 대해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귀국조치는커녕 국적 회복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더군다나 동포비자를 받아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해외동포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높다. 이런 인식의 저변에는 그들에게 국적을 부여하지 않고, 적극적인 포용 정책과 이에 대한 대국민적 포용 교육과 문화적 노력 등이 부재한 탓도 있다. 그 원인을 과거에는 경제력으로 꼽았다. 그러나 근본 원인으로 남북 분단 후 서로 체제 정통성 경쟁을 하면서 사람의 문제를 등한시했던 정부 문제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자기 백성을 방치하고 버리는 국가를 어찌 국가라 부를 수있겠는가? 올봄에 미국 연방하원에서 「재미한인 이산가족상봉법」이 통과됐다. 반갑기도 하지만 부끄럽다. 남북 정부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실로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산가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남북 당국과 적십자사는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하루속히 재외 이산가족의 자원성에 입각한 귀환 문제와 국적 회복 문제, 자유로운 고국 방문과 정착 지원 등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김귀옥 한성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