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제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평화를 상영하다
  매년 가을이 되면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그것이다. 한 해의 주목할 만한 국내외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엄선하여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영화 축제다. 극장 스크린으로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극영화 못지않은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아마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영화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명칭 또한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영화제는 개최지 이름을 붙이기 마련이다. 익히 잘 알려진 칸, 베니스, 베를린뿐만 아니라 부산, 전주 등 한국의 영화제들도 마찬가지다. DMZ는 영화제가 개최되는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경계의 공간이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DMZ의 의미를 분단과 적대가 아닌 소통과 평화, 생명을 상징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영화제가 전하는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
  명칭에 걸맞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역대 상영작들을 살펴보면 분단으로 고통받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비극을 다룬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개막작인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그간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재일조선인 양영희 감독의 작품이다. 재일 조선인 북송사업으로 인한 이별을 경험한 감독의 가족사는 이 작품에서 남한과의 관계로까지 확장된다. 감독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제주 4·3’의 기억은 이데올로기가 한반도에 남긴 짙은 그림자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관람한다면 ‘기록 너머의 기록: 재일조선인 다큐멘터리’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네 편의 작품을 함께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외면받으면서도 꾸준히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해 온 재일조선인 감독들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역사의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 밖의 한국 작품들 중에서는 한국에서 체류하는 독일인들을 만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시기의 이야기를 듣는 최우영 감독의 《1989 베를린, 서울 Now》도 주목할 만하다. 서독과 동독 사람들의 통일 경험은 여전히 우리가 경청해야 할 선례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DMZ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인 판문점의 역사와 의미를 조명하는 작품도 상영된다. 송원근, 김용진 감독이 연출한 《판문점》으로 1951년 10월 휴전 협상 당시부터 시작하여 판문점의 탄생과 변천사를 흥미롭게 따라간다. 국내 외에서 오랜 조사를 통해 발굴한 자료 영상을 활용하여 지금껏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 판문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의 오늘을 만나다
  올해 아시아의 가장 큰 이슈라면 단연 미얀마의 정세를 꼽을 수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역시 지난 4월 20일 ‘미얀마 영화인의 저항과 투쟁을 지지하는 한국의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공동 성명에 참여하여,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시민 학살을 규탄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영화제 기간 중에는 미얀마에서 제작된 《미얀마의 소년병》, 《새드 필름》, 《저항의 드럼소리》를 한국 최초로 상영한다. 이밖에도 아시아 경쟁과 기타 부문 상영작을 통해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의 모든 것이 바뀌고 있는 현재. 영화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9월 9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경기도 고양시 ‘메가박스 백석’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상영에 더하여, 온라인 상영도 준비하고 있다. 여러 사정으로 영화제 나들이를 할 수 없는 관객이라면 온라인을 통해 안전하고 자유롭게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한 번 경험하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매력을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할 날을 고대한다.
강진석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