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경쟁과 한국 외교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 상황과 쟁점을 짚어보고 한국의 전략을 모색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국제사회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는 메시지에 안도감을 느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며 미국 스스로 만들어 온 다양한 규칙과 제도들을 하나씩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동맹국들에 대한 주고받기식 거래적 접근 또한 미국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이유로 작동했다. 바이든 정부는 세계의 리더십을 회복하고 국제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패권국가의 역할을 다시 떠맡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파리기후협약과 국제보건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지체없이 재가입했고 동맹국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데 힘썼으며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 같은 핵비확산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내세우는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8월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있던 미군 약 3,000명을 모두 철수시키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개입을 종식하기로 한 결정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이다. 트럼프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하여 테러세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미국의 개입종식을 약속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아프간 철수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익을 위해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국제사회에 불안을 안겨 주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미국이 더 이상 총력을 기울여 반테러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광범위한 반테러 전쟁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협력, 대결, 경쟁 병행하는 복합적인 미·중관계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시대를 총체적으로 부정할 것으로 보았지만 가장 큰 예외는 대중 정책이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 견제 정책이 근본적으로 옳았다고 보고,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선언했다. 미국에게 중국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칙과 규범을 저해하는 세력이며 권위주의 이념을 토대로 공세적으로 국제적 영향권을 확장하고 있는 경쟁세력이다. 바이든 정부는 ‘국가안보전략중간지침’, ‘전략적 경쟁법’ 등을 통해 대중 견제전략을 확실히 했다.
  바이든 정부가 모든 영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적대 시하는 것은 아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중 전략이 소위 3C 전략으로, 협력(cooperation), 경쟁(competition), 대결(confrontation)을 병행하는 복합 전략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기후 변화, 보건 등은 협력 이슈이다. 무역, 금융, 기술 등은 경쟁 이슈이다. 미·중이 서로 제로섬 게임의 관계에 있고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 대결 이슈이다. 주로 군사안보에 관한 이슈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며, 미·중이 부딪히는 지역은 인도·태평양에서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반도 등이다. 한반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미·중은 이미 상당한 군사적 경쟁관계를 지속해 왔고 향후 군사충돌을 염두에 둔 대결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대만해협, 양안관계를 가장 위험한 충돌 이슈로 생각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막는 최전선이며, 중국을 군사적, 외교적으로 견제하는 미국의 능력과 신뢰성을 시험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 이기도 하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했다. 그러나 대만이 중국 본토 정부의 주권 하에 놓인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며, 양안 관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필요한 대만 지원을 공약하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 견지하는 미국의 대만 정책
  미국의 대만 정책은 전략적 모호성이다. 만약 미국이 대만에 대한 명시적인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면 대만의 공세적인 대중 전략에 연루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사시 대만에 대한 지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통일을 시도할 경우 대만 지원 가능성을 강력히 암시함으로써 현상유지를 도모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콩을 완전히 편입시키고 신장, 티벳 등의 지역에서 비롯되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대만을 통일하여 소위 중화민족의 꿈을 이루는 것이 시진핑 정부의 목적이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군사현대화 결과 대만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게 되었다. 심지어 미국이 대만을 적극 지원한다고 해도 군사적으로 대만을 통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는 군사력을 중국이 소유하게 되었을 때 양안관계의 현상유지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무력통일 시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동안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장, 티벳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지만 중국의 국내 문제라는 한계에 부딪혀 있다. 중국이 자신들의 무력통일 시도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게 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대만과 미국에 대해 군사적으로도 압도적인 우위를 확신할 때 시진핑 정부의 통일 시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TSMC와 같은 대만의 반도체 회사가 첨단 기술력을 소유하고, 대만 내 반중 정서가 강화되는 것도 중국의 결심을 앞당길 수 있다. 중국 국민의 여론도 변수이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통일할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었는데도 이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여론의 비판도 중국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력 사용은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고 대외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쉽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은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만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지원 강화이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 판매, 코로나19 백신 지원, 미국 관리들의 방문을 통한 외교관계 강화,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지원 공언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명시적인 지원 정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점차 등장하고 있다.
  둘째, 중국의 무력통일 시도가 시작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강화하는 일이다. 군사력 시위 차원에서 미국의 구축함이 올해 들어 벌써 수차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일본 역시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대만 유사시 미·일 동맹의 틀 속에서 군사적 지원을 할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
  셋째, 대만 유사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중 제재 틀을 다지는 일이다.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들, 특히 미국의 동맹국들과 경제관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10대 교역국 중 8개국은 민주주의 국가들이며, 중국 무역액의 절반 이상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이루어진다. 만약 대만 유사시 이들 국가들이 힘을 합쳐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에 강한 억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기회가 될 때마다 양안관계의 현상 유지를 강조하고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하면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지지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적 갈등 첨예하게 겹쳐 있는 남중국해
  대만 다음으로 첨예한 지역은 남중국해이다. 남중국해는 세계 해운 물동량의 1/4이 지나는 곳이고,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중동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에 사활이 걸려 있고 남중국해야말로 수송로의 핵심 지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대부분인 소위 ‘구단선’ 지역이 중국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암초를 매립하여 인공섬을 건설하고 첨단 무기체계를 배치하는 등 군사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작전을 수행하면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대만 등 다수의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과 얽힌 다자 문제이다. 이들 국가들의 정책 향방에 따라 미국의 남중국해 정책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필리핀은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2016년 7월 중국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여전히 구단선 영해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대립하면서도 명시적인 갈등과 대결은 회피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동남아 국가들과 관계를 중시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주요 국가에 고위급 인사들이 방문하고,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면서, 항행 작전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중국에 가장 강력한 비판적 자세를 보이는 베트남은 중국과 드러난 대립을 추구하지는 않으면서도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최근 베트남 방문도 이러한 맥락에서 양국 관계 강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친중 성향을 가지고 상설중재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고, 중국과 경제관계 강화를 추구해 왔으나 최근에는 미국과 방문군협정을 유지하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 여름 임기가 종료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후임자가 중재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중국 견제를 표방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도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남중국해 문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의 세 번째 무역 상대국이며 유럽연합의 아시아 물동량 1/3 안팎이 남중국해를 거치고 있다.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들은 남중국해 지역의 국제해양법 준수가 중요한 국익임을 천명하고 부분적으로 미국과 협력하여 남중국해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수립한 4개국 협의체 쿼드 역시 유럽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에 온전히 힘을 실어준다기보다는 해양법 준수, 규칙 기반 질서 유지 등의 명분을 내세우면서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미·중 경쟁 속, 우리의 이익 극대화할 정책 방향 세워야
  향후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하고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 함께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중시한다는 문구이다.
  한국의 향후 전략과 관련하여 다음의 점들을 중시해야 한다. 첫째, 한국의 국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어떻게 걸쳐 있는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미·중 경쟁에 말려들어 가지 않으면서 국제법에 맞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원칙을 세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대처 방법을 참고하여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세워야 한다. 둘째, 한반도 역시 향후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새로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과제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한반도 구도를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 셋째, 미·중 경쟁 구도가 심화되어도 양국 간 협력의 구도는 여전히 존재한다. 비확산과 보건 분야가 그렇고 향후 기후변화는 더욱 협력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미·중 협력의 영역을 최대한 확대한다는 목표하에 북핵 문제와 같이 한국의 역할이 큰 이슈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