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832022.01.

분석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 될 수 있을까

한반도 평화를 둘러싼 중국의 입장을 정리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예측해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9월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당사국들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이 성사되기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북한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종전선언과 관련된 원론적 입장을 강조해 왔으나, 최근 한중 고위급 회담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에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과 그 변화 가능성 및 요인 등을 분석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종전선언에 대한 원론적 입장 고수해 온 중국
그동안 중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에서 ‘3자 혹은 4자’ 종전선언이 언급되자, 중국 정부는 종전선언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소위 ‘쌍궤병행(双轨并行)’ 방안이 한반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빠른 시일 내에 한반도의 전쟁상태가 종식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이다. 같은 해 8월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했던 중국의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반도 종전선언이 시대 발전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처음으로 밝히고, 세계 어느 나라도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에서의 북·미 간 노딜 이후 한반도 종전선언이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중국은 특별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과 2020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이후 중국은 여전히 ‘당사국 역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및 ‘쌍궤병행’ 방안에 따른 ‘한반도에서의 전쟁상태 종식’ 등과 같은 원론적 입장을 강조해 왔다. 2021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종전선언을 강조한 이후에도 중국은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9월 2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로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상태 종식 및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이 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한 이유
2021년 12월 2일 중국 톈진에서 양제츠 중앙정치국 위원은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중국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양제츠 위원이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의 종전선언 추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중국이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 과정에서 자신들이 당사국으로서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한반도 종전선언이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이 기존의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 점차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을 중국의 세력권으로 끌어들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 외교당국이 종전선언 문안을 두고 협의를 하고 있고 대체적인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한국을 미국의 동맹전략에서 ‘약한 고리’로 인식해 왔던 중국 역시 한국과의 협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둘째,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역내 평화와 안정 기조를 선호하는 중국이 소위 ‘올림픽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한반도 종전선언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중 화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고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과 같은 동맹국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올림픽에 초청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명함으로써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한국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유리하다.

2018년 2월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심재국 평창군수,
천지닝 베이징시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베이징 동계올림픽 계기로 대화 재개하며 평화 분위기 조성해야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중국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전선언과 관련된 두 가지 쟁점에 대한 이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한반도 종전선언의 주체, 즉 ‘3자 혹은 4자’와 관련된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의 당사국과 관련하여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과 함께 ‘관련 당사국’ 혹은 ‘4자 종전선언’ 등의 표현을 혼용하여 사용해 왔다. 물론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봄’ 당시에는 남·북·미 3자 주도로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었던 상황적 특수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위한 환경이 2018년보다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종전선언에서 중국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종전선언의 성격과 내용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종전선언의 성격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서 유엔군사령부 및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고, 미국과의 협의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한미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관련국 모두에 공동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예: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한반도 종전선언을 실현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종전선언을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자국의 발전과 체제 안정에 활용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스포트라이트를 뺏기고 싶지 않을 것이고, 북한과의 입장 조율 여부 및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 등에도 종전선언을 위한 노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3일 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제적으로 밝힘으로써,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중국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설득할 수 있다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결국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무대를 직접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동북아지역에서의 평화 분위기 조성 및 대화 재개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중 화상 정상회담과 남북 화상 정상회담 등을 개최하여 대화 재개를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고, 올림픽 기간 동북아지역 내 일체의 군사훈련 중단을 제안하여 역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2월 6일 중국 허베이성 기차역에 걸린 동계올림픽 광고 앞을 지나는 시민들 ⓒ연합

신 종 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