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전하다│해외지역회의 자문위원 공감인터뷰

“나라와 전문분야는 달라도 통일 열망은 한마음”

3차 해외지역회의에서 만난 자문위원들은 유럽,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만큼 통일을 보는 시각도,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도 각기 달랐다. 독일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알리는 전문의료인, 인구학적 관점에서 통일아이디어를 키워나가는 영국 외환전문가, 남북간 스포츠교류를 통해 통일을 앞당기고자 하는 중동 자문위원,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고양시키고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을 바로알리는 학자, 5~6세 교포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주려는 일본 청년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자문위원 5인을 만나보았다.

북유럽협의회 안희숙 자문위원1970년대 파독간호사로 마지막 기회의 영광을 안고 독일에 온 후 교육과 연수를 거쳐 전문의료인으로 활동해온 안희숙 자문위원(전 북유럽협의회 간사)은 현재 독일 베를린시립종합병원에서 수술실 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제14기부터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세 번째로 해외지역회의에 참석했다.

북유럽 통일골든벨 예선 호응 높아
올해 북유럽협의회에서 통일골든벨 예선을 했는데 처음에만 해도 중고등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통일골든벨을 개최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호응이 높아졌고 특히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참여가 높았습니다. 또 얼마전 한국 ‘통일스피치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이 독일 탐방을 왔는데, 허언욱 대사관 공사겸 총영사와 민주평통 자문위원등 25명이 모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도 통일 독일을 직접 체험하며 많은 것을 보고 들었겠지만, 우리 자문위원들도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느낀 것이 많았어요.

북한인권문제 해결 위해 독일도 한반도 통일 응원
독일은 한국의 분단에 대해 주목하고 있어요. 독일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우리 민주평통 자문위원들도 북한대사관 앞에서 현수막이나 피켓을 들고 자주 시위를 하고 있고요. 하지만 통일을 이루려면 민간인들이 움직여야 해요. 독일의 통일도 그렇지만, 이집트나 리비아의 독재도 민간을 통해서 무너진 거나 다름없잖아요? 독일은 통일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어요. 서로 왕래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가족이나 친인척들에게 식량이나 물품 등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게 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자유가 무엇인지를 인식시켜줄 수 있었고요. 그렇게 하니까 국민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꼈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북한이탈주민 외에 남북한 주민이 서로 접촉할 수도 없고 이미 언어나 문화, 생활습관 등도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독일에서도 남북한이 통일되면 문화쇼크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통일 전후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 남북간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통일준비방안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영국협의회 배채환 부간사올해 두 번째 해외지역회의에 참석한 배채환 자문위원은 “이번 회의를 통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 세계 각국에서 오신 인생의 선배님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협의회 부간사로 활동중인 배 위원은 영국 자문위원간 소통을 강화하고 회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터넷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저출산문제 극복해서 통일 비용 덜어야
저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2700년쯤에는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있거든요. 출산율이 매우 낮았던 프랑스는 가족 친화적 정책을 통해 현재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출산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앞으로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히 큰 관심거리인데요. 그 비용을 한 명이 부담하는 것 보다는 더 많은 인구가 부담하는 편이 훨씬 가벼우니까요. 예를 들면, 남녀 구분 없이 3명 이상의 자녀를 양육했을 때 육아담당자에게 노후에 연금을 지급하여 보조금이 사교육으로 덜 흘러가도록 하며, 다자녀 가정에게는 주택구입시 모기지 및 세금관련 혜택 등을 준다면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페달을 멈추고 인구가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국에서도 한국문화, 한국 통일에 관심 높아
영국에서는 월드컵 이후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한국의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습니다. 정미령 교수가 옥스퍼드대학에서 북한관련 토론회를 열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고, 북한 인권을 다루었던 16기 한영 통일 포럼에서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현지인들이 참석을 해주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선배들의 노력과 성공으로 경제대국을 만들어냈습니다. 저희가 다음 세대로서 그 과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통일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구수도 많이 늘어나고 북한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으며, 국방에 쓰는 예산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또 ‘섬’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탈피해 국제 무역에 있어서도 허브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 근기협의회 나미화 자문위원일본 근기협의회 나미화 자문위원은 제일 한국인 3세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청년회 효고현 지방본부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교포청년들을 위해 한글교실을 열고 한국역사나 문화 등을 가르친다. 대학 졸업 때까지 한국어를 전혀 모르다가 부모님과 함께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면서 한국말을 배우겠다고 결심, 2년 동안 공부했으며 3개월간 한국에 와서 유학하기도 했다.

재일교포 5~6세에 한국어·한국문화 가르칠 것
현재 일본에는 재일교포 5세, 6세가 많은데 이 학생들은 한국어를 따로 배우지 않고 가정에서도 일본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한국말을 못해요. 저도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처럼요. 그래서 지금은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가르치면서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보려고 해요. 2년에 한 번씩 민단에서 어린이 잼보리 행사를 개최하는데, 효고현에서도 중고등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행사를 열었어요. 이 캠프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다음에는 선배로 함께 참여해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공부를 도우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한국 유학 후 북한인권문제에 관심 갖게 돼
남북한의 통일에 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에서 듣던 ‘통일의 의미’와 한국에서 배운 ‘통일의 의미’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북한에 관한 뉴스를 다룰 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지도자 관련 뉴스를 단순하게 보도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안보’와 ‘북한아이들의 인권’ 등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을 봤어요. 그 이후부터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사실 재일교포들은 통일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일본 내에는 현재 여러 교포 단체들이 있고 많이 분열돼 있는 양상인데, 통일이 되면 이들 단체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중동협의회 오한남 부회장오한남 부회장은 1991년 두바이 배구감독을 거쳐, 바레인 체육부 초청으로 현지에 정착한 후 배구 감독과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바레인에 거주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배구연맹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남북한간 스포츠교류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 교류 통해 남북한 통일 앞당길 것
World-OKTA(세계한인무역협회) 바레인 지회장을 맡고 있어서 2008년경 베이징올림픽 때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도로도 울퉁불퉁하고 차도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언론에서 보면 평양시내는 너무 멀쩡한데, 다른 지역은 밤만 되면 불빛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 걸 보고,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것 같은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요.

내년에 광주에서 열릴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지난 8월에 제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대학배구연맹에서 6개국 선수를 초청해 국제배구대회를 했어요. 그때 북한 대학팀 배구선수들도 초청하려고 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는데, 앞으로 북한팀과 꼭 친선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스포츠교류를 통해 통일을 앞당기는 것도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불안정하지만, 미래 중동은 ‘기회의 땅’ 될 것
바레인분회에서는 지난 6월에 연합해군사령관 취임식 차 바레인을 방문한 청해부대 문무대왕 함에서 현지 한인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함상견학을 실시했어요. 문무대왕함 함장(김정현 대령)은 한인청소년들에게 애국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으며, 비디오 시청 및 함상 견학으로 안보의식을 함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날 취임한 조영주 사령관은 청해부대가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던 삼호 쥬얼리호를 구출했을 때 부대장으로 활약했던 분입니다.

젊은 청년들이 유럽이나 미국진출을 선호하는데, 앞으로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도전해 보세요. 이란이나 이라크도 언젠가는 안정이 될 거고, 머지않아 큰 시장이 될 겁니다. 최근에는 한국드라마가 아랍어로 번역되서 중동 사람들이 시청을 많이 해요. 길을 가다보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도 건넬 정도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높지요. 특히 중동지역 항공사에 한국승무원들이 많이 근무하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중동은 미래에 기회의 땅이 될 것입니다.

중국 상해협의회 이국봉 자문위원중국 상해교통대학교 정치대학원에 재직 중인 이국봉 교수는 한·중 정치사상 및 문화 비교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동(同) 대학 리더십 국제연구센터 부비서장을 맡고 있다. 민주평통 상하이협의회에서는 청소년들의 통일·역사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한중평화포럼(7월 30일)과 같은 국제학술대회에서 중국 측 학자들을 섭외, 관리, 조직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

독립운동 역사현장 방문 후 해외지역회의 참석, 감회 새로워
상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정)가 있었던 곳이에요. 상해임시정부와 홍커우공원(윤봉길의사 도시락폭탄 투척 장소)을 방문한 뒤에 해외지역회의 참석을 위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감회가 새로웠어요! 여기 오신 분들 모두, 해외 각지에서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함께 교류하면서, ‘애국정신’을 살릴 수 있는 실천방안,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왔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향한 열망은 큰 각도에서 보면 ‘통일’과도 연결돼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자유로운 공간을 우리 스스로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니까요. 교과서 속의 임정이나 홍커우공원과 같은 '과거'를 지금 우리 '삶의 현장'으로 살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희들이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과거'이지만. '현재' 우리 통일의 길을 여는 출발점이며, '미래' 우리가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고 알려주면서, ‘나로부터 출발하는 통일’, 생활밀착형 통일문화 담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 넘어 ‘한반도의 기적’ 만들어야
중국은 한국이나 북한의 통일이 아닌 ‘한반도통일’이라는 말을 써요. 중국은 G2로 부상했지만 자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주변국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원해요. 전쟁이나 돌발 상황으로 인해 힘을 쏟는 것을 꺼려하는 거지요. 따라서 한반도통일이 지금보다 더 평화로운 안정과 번영을 가져온다면 중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물론, 통일되지 않고 지금 같은 상태가 유지만 되더라도 중국은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설득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지요.

상해교통대학의 ‘교통’은 ‘transportation’이 아닌 '소통'을 의미해요. 주역에 보면 하늘과 땅, 즉 천지가 ‘교(交)’하면 만물이 ‘통(通)’한다는 뜻에서 나온 거지요. 21세기는 아시아시대라고 이야기 하는데, ‘천지’ 대신 ‘한·중’으로 바꾸면, ‘한국과 중국이 서로 교류하면 만물이 통한다’로 말할 수 있어요.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라는 장자의 말이 있는데, 이는 ‘길이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걸어가다 보니 길이 된다’는 뜻이지요. 청소년들은 젊기에 도전할 수 있어요. 길을 한 번 만들어가 보세요. 함께 걷다 보면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은 결국 나의 세상이자, 우리들의 세상이 될 겁니다.

<글. 기자희 / 사진. 나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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