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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스토리 | 통일 Talk

충주중산고 인권 동아리, 북한 주민을 위한 콘서트 열다

파란 하늘 가을 단풍이 아롱지던 지난 11월, 충주에 있는 중산고등학교에서 ‘북한 주민 인권회복 콘서트’가 열렸다. 재작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인권회복 콘서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행사다. ‘통일’이라는 물음표를 던져준 것은 충주중산고 정재용 선생님이다. 통일에 대해 점점 더 소원해지는 다음 세대들이 한 번쯤 통일과 국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스스로 체화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덕분에 ‘통일’ 하면 묘연하게만 느껴왔던 학생들이 자못 달라졌다. 콘서트를 위해 머리를 맞댄 인권회복 동아리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과 노력 때문이다.

1월 토크 참가자

우리가 북한주민의 인권회복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

우주 : 학기 초에 통일 관련 토론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통일의 이점과 문제점을 생각해보면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기아문제 동아리를 통해 아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지도 알게 됐고요.

수아 : 저도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외가댁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인종차별을 겪었는데, 엄마가 할머니랑 통화하는 얘길 들으면 마음이 아팠어요. 기아나 인종차별에 대한 고민이 인권 문제에까지 이르게 된 거죠.

유한 : 확실한 계기는 아니지만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중학교 때 친구가 “북한을 지원해주는 게 아깝지 않냐?”고 물어본 거죠. 평소에 북한 주민들을 인도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토크 참가자들 민지 : 중학교 2학년 때 ‘크로싱(Crossing)’이라는 영화를 보고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예를 들면, 아내가 폐결핵에 걸려서 치료를 해야 하는데, 북한에는 약이 없어서 남편이 목숨을 걸고 중국을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우리는 폐결핵이 법정 전염병이라 보건실에서 진료를 하면 무료로 약을 받을 수 있지만, 북에서는 약도 없이 고통스럽게 삶을 연명해야 한다는 게 마음 아팠어요. 그 후로 SNS나 인터넷에 북한 뉴스가 뜨면 바로바로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지호 : 저는 솔직히 관심은 없었어요(웃음). 중산NGO 동아리 정재용 선생님이 제안하셔서 참여했던 거거든요. 매년 인권 콘서트를 열면 저희 동아리도 꼭 한 코너를 맡았는데, 이번에는 가상 모의재판을 다뤘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고요.

연극, 뮤지컬, 모의재판 등 다양한 무대로 꾸며진 콘서트 현장

지호 : 북한은 재판을 상상할 수 없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다 같이 대본도 쓰고 연기도 했는데, 배경 지식도 필요하고 재판 증거물로 제출할 사진이나 영상도 구해야 해서 주로 인터넷을 많이 찾아봤어요. 탈북민이 주인공인데, 그 사람이 북한에서 잘못을 저질렀으니 돌려보내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받고 송환 여부를 재판한다는 설정이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탈북민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그냥 무섭다고만 생각했는데, 모의재판을 준비하다 보니까 저라도 그런 환경에서는 못살겠더라고요.

유한 : 저는 사회를 봤지만 한편으로는 방청객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친구들이 각자 테마별로 많은 정보들을 조사해서 알차게 준비했는데 리허설 때 진행이 매끄럽지 않아 조금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다들 잘하더라고요.

북한 주민 인권 회복 콘서트

민지 : 저는 심리학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연극 동아리와 연합해서 탈북민의 남한정착 과정을 그린 연극을 했어요. 탈북민들의 인터뷰 자료롤 조사해서 대본을 썼고 무대는 한 무대에 두 가지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좀 색다르게 연출했어요. 예를 들면, 탈북 주민들이 카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하철에서 겪었던 일을 떠올려요. 그럼 조명이 다른 쪽으로 옮겨져서 당시 상황을 재현해 보여주는 거죠. 탈북여성이 문화적 차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오해를 받는 상황 등 여러 에피소드를 엮었는데, 친구들이 감정이입도 하고 공감도 해줬던 것 같아요.

지호 : 진짜 연극이 제일 호응이 좋았어요. 중간에 꽃제비 역할을 맡았던 아이가 누더기 옷을 입었는데, 바지가 너무 커서 훌러덩 내려가는 일도 있었고요. 얘들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뱉을 때마다 엄청나게 웃었어요.

우주 : 뮤지컬도 인기가 좋았어요. 너무 잘해서 다들 물개 박수를 쳤어요.

(左)뻥튀기용 옥수수 손질 (中)뻥튀기 나눔 행사 (右)통일옥수수 홍보수아 : ‘인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딱딱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퀴즈를 만들었어요. 퀴즈에 참여하면 상품을 준다고 광고를 했더니 친구들이 엄청 몰려오더라고요. 문제 중에 탈북민들이 북한의 일상을 그린 그림도 있었는데, 그걸 본 친구들이 많이 놀라는 눈치였어요. 북한인권문제에 관심 있을 것 같지 않던 이과 친구들조차 자기네는 왜 안 불렀냐고 서운해 하더라고요.

우주 : 저희 동아리는 북한 기아문제를 PPT로 만들어서 발표했어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일반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현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여러 NGO단체들의 활동상 등을 알려줬죠.

통일은 인권 회복과 국가 정체성을 찾는 지름길

e-행복한 통일 : 북한 주민의 인권회복을 위한 최선의 답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호 : 통일을 해야죠. 경제적인 부담이 있긴 하지만, 이산가족이나 현재 탈북민들의 삶을 생각하면 결국엔 통일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민지 :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 3가지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첫째는 우리가 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기 때문에, 둘째는 북한 주민의 인권회복과 탈북민,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셋째는 경제적 측면을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래 남북은 문화나 언어를 공유했던 한 민족이잖아요. 통일이 되면 우리가 또 다시 한 역사를 이루는 거니까 대한민국이라는 온전한 정체성을 회복할 거라 생각해요. 또 통일 비용을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통일이 되면 오히려 많은 국방비를 줄일 수 있어요. 거기서 절약되는 돈으로 사회복지에 쓸 수 있고요.

북한 주민 인권 회복 콘서트

 비오는 날 옥수수 이식 유한 : 저는 핵문제가 자꾸 이슈가 되다 보니 안전보장을 위해서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중국에게 우리 형제를 빼앗기고 싶지 않고요. 말 안 듣는 형제라도 집 나가서 다른 사람이랑 산다고 하면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수아 : 저는 할아버지랑 같이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다리를 다쳐서 한쪽을 저세요. 이런 싸움의 흔적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굉장히 필요 없는 희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기아 문제를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우리가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건 너무 계산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넘어진 아이를 모른척하지 않고 일으켜주는 것처럼 통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도와주기 전에는 내 시간과 돈이 얼마나 들지 생각하게 되지만, 막상 도와주고 나면 뿌듯하잖아요.

통일, 우리가 둘이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을 때

e-행복한 통일 : 통일되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그때쯤 여러분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지호 : 저는 아바이순대를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다 같이 빵 터짐) 그리고 저는 광고 프로듀서가 되는 게 꿈인데, 그때 통일이 되든 안 되든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 생각이에요. 취미로 북한말도 배울 거고요.

통일토크 참가학생들 민지 : 통일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상담교사가 되는 게 꿈인데, 통일이 되기 전에 꿈이 이루어지면 탈북민 아이들을 상담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통일이 된 후에는 남북한 아이들이 건강한 사춘기를 보내도록 곁에서 지켜줄 거고요. 엄마처럼요.

유한 : 옛날에 강원도에서 충주로 오는데 파리 한 마리가 차 안에 들어왔어요. 근데 창문을 열어줘도 파리가 나가지 않더라고요. 결국 그 파리가 내린 곳은 충주에 다 와서였어요. 강원도 파리가 순식간에 충주 파리가 된 거죠. 통일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마치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둘이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을 때. 그때가 진정한 통일이 아닐까요?

(친구들의 함성 '오~~~!!')

우주 : 통일은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아직 확정된 꿈은 아니지만 앞으로 세계 국제기구에 들어가 기아 난민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통일이 되면 북쪽 친구들을 만나서 좋아하는 아이돌은 누구냐, 그쪽 생활은 어땠냐 물어보면서 엄청 수다를 떨 거예요.

유한 : 저는 통일이 되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듯이 철책 철거에 동참할 생각입니다.

수아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통일이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국제기구나 NGO단체에서 일하면서 저소득층 문제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그때 손을 내밀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통일토크 참가학생들

<글. 강문희 / 사진.김규성>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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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01-02 / 제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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