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행복한통일 : 앵무새·고양이 브리더, 견사 핸들러, 맹수·돌고래사육사가 꿈이라는 애견관리과 학생들이 통일옥수수를 심게 된 계기는 뭔가요?
서영 : 봉수 쌤(송봉수 선생님)이 저희를 너무 좋아하세요(웃음). 쌤이 제안하셔서 심어봤는데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중 : 땅을 가꾸고 파종하고 비료 뿌리는 일이 첨에 좀 힘들긴 했어요. 남자아이들이 밭 가운데에 괭이로 대한민국 지도 모양의 땅을 파고 주변에 통일이라는 글자 모양의 홈을 만들었죠. 시험 기간이었는데 성적을 버리고 통일옥수수 심을 땅을 팠어요. 통일을 위해서요(웃음).
지영 : 모종을 이식하는 날에 비가 왔어요. 우비 입고 장화도 신긴 했는데 다들 젖어버렸어요. 그래도 아,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종을 살리기엔 딱 좋은 날씨였거든요.
예지·정준 : 2차로 통일옥수수 모종과 씨앗을 심었을 때는 햇볕이 쨍쨍한 날이었어요. 2인 1조로 한 명은 구멍 뚫고, 또 한 명은 구덩이당 두 개씩 씨앗과 물 넣었는데 한 팀 당 거의 200개 정도 심은 것 같아요(예지). 저는 일하다가 새똥도 맞았어요(정준).
서영 : 심어놓고 가끔 들여다봤는데, 옥수수가 자라면서 알갱이가 너무 작은 거예요. 농약을 안 치니까 벌레도 많이 먹어서 ‘이걸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눠주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e-행복한통일 : 지역축제에서 통일옥수수로 만든 뻥튀기랑 찐 옥수수 시식행사를 했었죠? 각자 맡은 역할은 뭐였나요?
정준·남균·현중 : 전시회 당일 날 남자들은 1~2시간 먼저 와서 옥수수 대를 전부 베어 수확했어요. 직접 심은 씨앗을 이렇게 열매로 돌려받으니 뭔가 뿌듯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정준 : 저는 첫째 날 옥수수만 엄청 깠어요. 그리고 뻥튀기를 만들려면 옥수수를 말려야 해서 판을 깔고 그 위에 널었죠. 둘째 날은 공룡이 옥수수를 들고 있는 그림을 그려서 옥수수를 홍보했고요. 셋째 날요? 물론 옥수수 깠죠(웃음).
남균 : 저희만 한 게 아니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80개 학교가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각 학교별로 홍보 판넬을 세워놨는데 저희는 통일옥수수 조청 레시피를 배너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둘째 날에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비도 오고 해서 쓰러질 때마다 계속 세워줘야 했어요.
지영·혜령 : 뻥튀기 아저씨가 통일옥수수를 튀기는 동안 저희는 사람들을 모아 뻥튀기를 나눠드렸어요. 또 드럼통을 가져다가 장작에 불을 붙여서 바로 옥수수를 쪘는데 진짜 쫄깃쫄깃하더라고요. 톡톡 터지면서 달고 고소했어요. 우리가 키운 거라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예지 : 그런데 어떤 아줌마들은 이따시만큼(이만큼) 큰 봉지를 갖고 와서 ‘아이, 맛있어서~ 내가 좀 가져가도 되나?’ 하셨어요. 솔직히 좀 너무한다 생각했지만 애써 ‘영업용 미소’를 지으면서 가져가시라고 말했죠. 그런데 아가들이 요만한 손바닥으로 한 줌 집어서 총총 걸어갈 땐 너무 귀엽더라고요.
현중·서영 : 모금활동도 했어요. 처음에는 무료로 나눠드렸는데 이렇게 잘 재배해 놓고 왜 그냥 주냐며 돈을 받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모금함을 설치해서 돈을 받은 뒤에 그 돈을 국제옥수수재단에 보냈어요. 500원짜리 하나로 시작했지만 중간에 5만 원짜리를 넣어주신 분도 계셔서 돈이 꽤 모아졌어요. 매점 아줌마 아저씨도 오셔서 모금해주고 가셨고요.
e-행복한통일 : 그런데 통일옥수수(슈퍼옥수수 알록이 찰옥수수 2호)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알고 있어요?
모두 : 저 알아요!
서영 : 김순권 박사님이 북한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개량하신 옥수수라고 들었어요. 통일을 위해 무료로 나눠주신 건데 저희가 이 종자를 받아서 키운 거예요.
현중 : 북한에는 아직도 배고픈 아이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 통일옥수수를 먹고 조금이라도 힘냈으면 좋겠어요.
정준 : 최소한 굶어죽는 일은 없길 바래요. 평화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키웠어요.
혜령·현중 : 저희가 옥수수를 가꾸고 모금활동을 해서 북한에 통일옥수수를 보내면 우리 마음을 북한이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도 통일옥수수를 많이 재배해서 모금활동을 하고, 그 돈이 모여서 통일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어요.
서영·현중 : 옥수수를 나눠드리니까 맛있다면서 어떤 옥수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박사님 연락처를 알려드렸는데, 우리가 심은 옥수수로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좋지 않을까요?
e-행복한통일 : 통일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서영 : 통일이 되면 전쟁 걱정을 안 해도 되고 평화로워질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도 강한 나라가 되고, 이산가족들도 다시 만날 수 있구요.
예지 : 북한에 자원이 많잖아요.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거고 나중에 언젠가는 중국과 맞먹는 엄청난 나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영 : 아냐, 미국을 이겨야지(학생들 간 잠시 미국의 힘이 더 세냐, 중국이 세냐로 논쟁이 벌어졌다). 일단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상태라서 국방비가 많이 들잖아요. 국방비를 절약하면 그 돈을 복지에 쓸 수 있으니까 통일이 필요한 거죠.
e-행복한통일 : 통일이 되면 뭘 해보고 싶어요?
혜령 : 여행요! 통일이 되면 유럽으로 가는 횡단열차가 다닐 수 있다면서요? 기차 타고 유럽에 꼭 가보고 싶어요.
예지 : 맞다, 그런 영상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실감 날 것 같아요. 통일된 뒤에 유라시아 횡단열차 타고 가는 영상을 직접 보면 ‘오! 신기하다!’ 이러면서 볼 걸요.
지영 : 아냐, 그것도 재미있게 만들어야 보지.
남균 : 통일되면 금강산에 가보고 싶어요. 평소 아빠한테 끌려서(?) 산에 자주 가기도 하고 산을 좋아하는데, 금강산 사진을 볼 때마다 계절별로 계속 바뀌는 모습이 멋있는 것 같아요.
현중 : 저는 북한말을 배워서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요.
서영·예지·지영 : 저도요! 저도요! 북한말 배우고 싶어요. 신기해요. 사투리 같아서 매력적이에요. 근데 북한말도 지방 사투리인 거 아냐? 같은 나라잖아?
현중 : 중학교 때 탈북학생이 와서 북한 이야기를 해주는 걸 보고 놀랐어요. 사실 편견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까 북한이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행복한통일 : 만약 우리 학교에 탈북학생이 전학 온다면?
혜령 : 친구가 돼서 남한 문화를 가르쳐주고 싶어요. 전주 한옥마을도 가보고 부산 해운대도 가보고. 실은 온라인게임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메이플○○○요!
남균 : 함께 배드민턴 칠 겁니다. 점프 스매싱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몸을 써가며 함께 운동하다 보면 금세 친해질 것 같아요.
e-행복한통일 : 전공이 애완동물관리과인데 통일되면 북한에서 해보고 싶은 일은?
정준(견사 전공) : 토종 풍산개를 키워보고 싶어요. 지금 진돗개를 사육하고 있는데 순하고 귀엽고 가끔은 맹한 것 같지만 진짜 똑똑하고 용맹하거든요. 풍산개도 매력 있는 개라고 들었는데 진돗개와는 느낌이 다르겠죠?
지영(어류 전공) : 저는 북한 두만강에 사는 물고기들, 남한에서는 사라졌거나 서식하지 않은 물고기들을 키워보고 싶어요. 시식도 해보고요(시식이란 말에 모두들 웃음).
<글/사진. 기자희, 송봉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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