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82024.3.

2월 29일 서울 중구 인현동 PJ호텔에서 청년 자문위원과 탈북 청년 예술인이 함께하는 콘셉트로 북한 인권 세미나가 열렸다.

함께 여는 통일

청년 자문위원·탈북 청년 예술인
함께하는 북한 인권 세미나

“통일 여론 조성으로 북한 인권 문제 풀어야”

“통일과 한반도의 긍정적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희망적 사고를 배제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준비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또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해선 북한 문제에 대한 인지와 사고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반도 안건에 관심이 있는 재직, 진학, 활동을 진행하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북한 문제 인지에 대한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작업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2월 29일 저녁 서울 중구 인현동 PJ호텔에서 청년 자문위원과 탈북 청년 예술인이 함께한 북한 인권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창립자가 ‘북한 인권을 통해 본 한반도 분야 지형 변화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청년층의 북한 문제 인지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하자 일순 장내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 행사는 청년 자문위원과 남북 분야 청년 실무자, 연구자, 활동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청년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문제의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청년들이 연대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서울 청년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청년 220명이 참여했다. 자문위원뿐만 아니라 남북 분야 청년 실무자, 연구자, 활동가,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한반도의 미래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남북 청년들 ‘통일 여론 조성 시급’ 공감대 형성
임상환 민주평통 서울 청년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와중에 청년들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견해를 모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참석자들에게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개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동한 민주평통 서울부의장은 격려사에서 “일부 젊은이가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통일에 대한 부정 의견을 내놓는다.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면 통일 이후 우리가 겪게 될 어려움은 잠깐에 불과하다”며 “청년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통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잠잠해지도록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움직여달라”고 당부했다.

세미나는 청년 세대가 바라보는 북한 인권에 대해 발표하는 1부와 탈북 청년 예술가의 연에 이어 북한 인권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2부로 나눠 진행됐다.

북한 인권 세미나에 참석한 청년 자문위원과 남북 분야 청년 실무자, 연구자, 활동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청년 예술가들은 진지한 자세로 토론에 참여했다.
먼저 김지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가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한국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다. 김 교수는 “탈북민은 북한 체제의 어려움을 외부로 알리는 중요한 신호”라며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은 북한을 벗어나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정착한 탈북민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논의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에 대해 “북한 정권과 탈북민을 분리해 대응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정책 제시로 국내외적으로 신뢰를 얻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충신 에스텔엔지니어링 대북전문이사는 최근 북한의 법 제정을 통해 북한 내부 인권 동향을 살펴본 후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관찰되는 특징 중 하나가 법 제정을 통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 당국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을 시작으로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의 법 제정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자본주의화와 개인주의화, 남한 문화 콘텐츠 소비 증가와 같은 변화상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김 이사는 “북한 주민들이 누려야 할 기본권 중 하나인 자기결정권이 국가에 의해 침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남북한 주민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해 북한 당국이 통제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북한이탈주민 기타리스트 듀오 유은지, 이지안 씨의 공연 모습.
“통일 찬성? 반대? 이분법적 질문 말아야”
북한에 대한 민족동질감이 형성되지 않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통일 찬성 여부를 묻는 사회 지도층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창립자는 “청년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남북문제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러한 경험과 지식에 근거해 자기 생각을 끼워 맞추다 보니 청년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통일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와 같은 이분법적 질문을 청년에게 던지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2부 행사에서는 공연과 만찬이 이어졌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탈북민 기타리스트 듀오 유은지, 이지안 씨. 두 사람은 안정감과 균형미가 느껴지면서도 섬세한 선율이 돋보이는 공연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두 기타리스트는 “남북 청년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타로 연주한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글·김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