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위기론 휩싸인 중국 경제 현황과 전망
부동산 성장 한계·거대한 지방 부채
리스크 상존
韓, 시장 다변화보다
핵심 경쟁력 제고해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경제회복 효과가 언제, 어느 정도 나타날 것인지, 한국의 대중 수출은 얼마나 회복될 것인지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2023년 2분기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저조한 데다 거대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위기에 관련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나타났다. 경제 위기에 빠진 중국 경제 상황을 긴급 분석해봤다.
2023년 1분기 중국 경제는 서비스 생산과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기대했던 보복소비 중심의 빠른 경기회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4월 이후 7월 현재까지 생산과 소비 증가율이 빠르게 하락했고, 투자 역시 1분기보다 증가율이 둔화됐으며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분기 내내 50선 아래에서 횡보하고 있으며 비제조업 PMI는 3월을 정점(58.2)으로 빠르게 하락해 7월에는 51.5까지 감소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청년(16~24세)실업률은 전례 없는 수준인 21.3%(7월)까지 증가했고, 부동산 경기지수는 2022년 하반기 이후 낮은 수준인 95p에도 못 미치다가 4월 이후 더욱 크게 하락했다. 이처럼 생산, 소비, 투자, 수출,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시장 예상치(7% 초반)를 크게 밑도는 6.3%에 머물렀다. 게다가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22년 10월 이후 10개월째 마이너스 상태이며,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7월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중국 경제가 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평가가 확산됐다.
LGFV 부채 66조 위안, 중국 GDP 절반 수준
이뿐만이 아니다. 2022년까지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기업이었던 비구이위안(碧桂)이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하고, 완다(万达)그룹이 만기가 도래한 4억 달러 규모의 달러 채권 중 절반을 상환하기 어렵다고 채권단에 통보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리스크 확산에 대한 우려가 급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10위권 신탁사인 중룽(中融)신탁이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관련 신탁상품의 환매를 연기하면서 부동산 부문의 부실이 금융 리스크로 확대될 조짐도 보였다. 이에 많은 해외 언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중국에서도 발생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돼온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막대한 방역비용을 부담해온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해온 지방정부 융자기구(LGFV: 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의 디폴트 소식이 이어졌다. LGFV는 지방정부의 암묵적 보장이나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데, 지방정부의 자산가치나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 신규 대출이나 채권 발행, 기존 채무의 상환기간 연장 등이 어려워져서 디폴트 리스크가 증대된다.
또한 LGFV의 디폴트는 관련 은행권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규모 지방은행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LGFV 부채 규모가 2023년 66조 위안으로 중국 전체 GDP의 절반 수준에 달하며, LGFV 관련 직간접 위험에 노출돼 있는 중국 은행권 자금이 2022년 약 40조 위안으로 전체 은행권 자산의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최근 중국 경제 위기론을 불러일으킨 디플레이션과 부채 리스크의 공통분모는 부동산 경기 침체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의 위상은 남다르다. 부동산 및 관련 산업(건설, 건자재, 철강, 가구, 금융, 임대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로, 주요 선진국의 해당 비중이 20% 미만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부동산 투자가 고정자산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 건설 및 부동산의 도시 일자리 창출 비중이 약 20%다. 가계 자산 중 주택 비중은 43~59% 정도이며,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75%에 달해 부동산 가치 변화와 주택담보대출의 부담 정도가 가계의 소비를 창출할 수도, 억제할 수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킨 이유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면 될까?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주택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다. 중국의 주택 공급 수준을 살펴보면, 자가주택 보유율은 90%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고, 고령화 및 도시화율 정체 등으로 주택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핵심적인 주택 수요층인 30~34세 인구가 2020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주택 수요는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中 정부 ‘부동산시장 수급에 중대한 변화’ 시사
현재의 주택 재고를 소진하는 데도 2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중국의 1주택 이상 보유자 비율은 58%로 무주택자 비중 역시 높고, 지역별로 주택 수급 균형에 차이도 크다. 대도시는 여전히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주거 안정을 위한 공급이 필요하고, 중소도시는 공급 과잉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부동산 개발 투자는 신중하게, 주택 소비 수요는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7월 중국 정치국회의에서는 ‘부동산시장 수급에 중대한 변화(수요 부진 심각)’가 생겼음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최근 시행되는 정책들 역시 대부분 주택 계약금 인하, 모기지대출 금리 인하, 무주택자 기준 요건 완화, 주택 매각에 따른 소득세 부분 환급 등 수요 측면의 부양책이다. 반면 부동산 개발기업의 디폴트 리스크에 대해서는 개발기업이 자산 매각이나 부채 상환 연기 등을 통해 스스로 부채를 해결하도록 하면서 건설 중인 신규 주택을 완공해 소비자에게 인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해당 기업이 부채 해결을 하지 못하는 경우 자산관리공사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중단된 건설은 대행건설사를 찾아 완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부실 경영을 해온 부동산 개발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지속될 전망이며 그 과정에서 주택 구매자에게 피해가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할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 남서부 팡산구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중국 부동산 산업 위기가 세계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동아일보 DB)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책도 기존보다 적극적 개입으로 전환됐다. 7월 정치국회의 이후 1.5조 위안 규모의 차환용 채권 발행을 승인하고 채권 만기 연장 등을 허용했다. 또한 LGFV에 대한 저비용·장기 유동성 공급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과 더불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지사를 31개 성과 317개 시에 개설해 거시조절과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해 리스크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둔화에 대한 부양책으로 중국 정부는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자동차·가전·가구 등 소비 촉진, 민영기업 발전 장려와 일자리 창출 등을 시행하면서 은행권에 집중된 부채 리스크 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식시장 부양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한 이후 일부 대도시의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증권계좌 개설 신청자가 급증했다. 8월 생산, 소비, 물가, 수출,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 역시 개선됐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다시 상향 조정
그러나 부동산 공급 부문이 성장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주택 공급과 수요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경제성장을 추동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부채 리스크가 정부의 개입으로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부채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미래로 연기된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중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즉 경기 둔화, 부채 리스크 등의 단기적인 위험도는 낮아졌으나 미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회복은 민간 경제 주체들의 기대심리 개선과 민간기업의 부진 타개에 달려 있다. 정부의 정책 시그널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 베이징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소매판매지수와 기타 활동이 예상보다 저조해 소비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이 압박받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AP/뉴시스)
최근 대두됐던 중국 경제 위기론은 8월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다소 완화됐다. 일부 기관에서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다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중국의 중·고속 성장은 재현·지속될 수 없으며 거대한 부채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으며 미·중 전략경쟁의 여파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로 기술 캐치업에 제약이 커져 미래 잠재성장률이 더 낮아질 위험에도 처해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단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기대보다 둔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경우에 대비해 한국은 대중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수출·투자 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성장 둔화는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 다변화를 통한 기대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의 내수경기 둔화를 극복하려는 중국 기업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해외시장에서 중국기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및 완성차 업계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결국 한국은 시장 다변화보다는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기술 혁신, 초격차 유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중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의 생존과 발전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지 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지역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