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톺아보기
북한이탈주민, ‘특별 관리 대상’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식 전환해야
2022년 1월 1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대회의실에서 ‘북한이탈주민 상임위원* 초청 의견수렴 간담회’가 개최됐다. 민주평통은 북한이탈주민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착 과정에서 겪는 고충과 관련 정책·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북한이탈주민 자문위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의견수렴을 진행했으며, 지역협의회(마포구, 김제시) 행사에 참석한 비자문위원 북한이탈주민의 의견도 수렴했다.
*제20기 민주평통에는 총 110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이 중 13명이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필요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정착지원 제도 필요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 과정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일은 무엇일까. 의견수렴에 참여한 40명 중 다수가 남한 사회 정착에 복수의 장애요인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어려운 점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차별적 시선(14명)과 취업, 불안정한 일자리, 자녀 돌봄 등 경제활동 관련 어려움(14명)을 꼽았다.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여성의 경우 자녀 돌봄 문제가 가중되어 경제활동에 더 큰 제약이 있었다. 특히 초·중·고 탈북학생 2,287명 중 중국 출생 비율이 65.5%(2021년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자녀와 부모의 안정적인 적응이 성공적인 정착으로 선순환하는 만큼, 양육 지원 및 제3국 출생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확대·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밖에 완전히 다른 사회에서 체화한 생활양식 등으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어려우며(11명), 사회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는 것도 힘든 부분이라 답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이탈주민 대다수가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외로움과 불안함 등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서적 불안정은 정착 초기단계에서 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불안정성이 심한 경우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에도 지장을 주어 더욱 고립되고, 나아가 월북까지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정착 초기에 심리치료와 멘토링 등을 통한 정서적 돌봄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 수의 급격한 감소 등 시대적·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정착지원 제도에 보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현재 정착지원 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더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며, 부처별 기능에 맞게 세분화되어 운영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이탈주민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심리안정지원 방안도 검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독거노인, 미혼모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민주평통이 앞장서 주길
의료, 주거, 교육, 여성·청소년 등 부문별 정착지원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외에도 특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내외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 공감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부정적 이슈만 극대화해 언론에 보도함으로써 부정적 인식이 더욱 심화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성공적 정착 사례와 남한 사회에 대한 기여 등 긍정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알려주기를 요청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는 기부금 감소, 부정적 시각으로 인한 지역 및 회사에서의 소통 문제 발생으로 이어지며, 이러한 문제가 외로움, 우울증, 자살충동, 나아가 월북 문제로 악순환되기도 합니다.”
북한이탈주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응집력을 강화해, 안정적으로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이 1:1 코칭 등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순기능 역할이 강조되기도 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시·군·구 단위로 구성되어 있는 지역협의회가 지역 곳곳에서 소외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과 자립에 관심을 갖고, 무엇보다도 정착 성공 사례를 발굴하고 홍보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제는 남북한 주민들의 통합을 위한 노력 또한 병행될 필요가 있는 만큼 민주평통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많이 마련하고, 북한이탈주민이 동등한 이웃으로 함께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이 ‘특별 관리 대상’에서 ‘보편적인 대한민국 국민’으로 바뀌길 바랐다.
김창수 사무처장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려 공존하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북한이탈주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 소 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