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기획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한국경제의 진로
『통일시대』는 연간기획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사회가 갈 길을 미래비전 차원에서 모색한다.
이번호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가 맞닥트린 현실과 과제를 진단한다.
*본 기획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협력하여 진행합니다.
   너무도 힘들었던 2020년을 뒤로하고 희망의 2021년을 맞이했다. 백신이 보급됨에 따라 팬데믹이 종식되리
라는 희망, 이와 함께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하리라는 희망, 그리고 미국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이 복원되리라는 희망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은 불확실성이 너무나 커서 이러한 희망이 현실이 될지 공염불이 될지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적 경제로 우뚝 서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인가?
코로나19 경제위기의 극복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은 곧 방역정책이다. 각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대체로 방역을 잘해서 보건피해를 최소화한 나라가 경제적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행히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이 개발되었고, 금년 하반기에는 팬데믹이 통제되고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금년 세계경제성장률을 5.5%로 전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수치는 얼핏 높아 보이지만 작년의 -4.4%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반영한 것일 뿐, 결코 정상적인 성장궤도 진입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의 성장
전망치 3.1%도 마찬가지로 2020년의 -1.1%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충분한 회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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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하는 정도로 팬데믹의 통제와 경기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북반구의 겨울 추위와 전파력이 강한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세계적인 보건 위기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봉쇄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시작되었지만 그 효과와 안전성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접종 속도도 기대처럼 빠르지 못하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아마도 금년 하반기까지도 온전한 일상의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팬데믹 통제에 성공하더라도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한다.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초래된 실업과 폐업 등의 후유증과 불평등 심화 및 불확실성 증가 등이 경기 반등의
방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거시경제정책을 통한 적절한 경기 관리와 함께 저금리 기조 아래서 급증한 민간 부채의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의 고통을
덜어주고 적응을 돕는 적극적 정책도 필요하다.
불평등 구조의 개혁
  코로나19 경제위기의 진정한 극복은 경기회복을 훨씬 넘어서는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심각했던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1980년대 이래 지난 40년 동안 전개된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는 ‘1:99 사회’라는 극단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낳았다.
소득 불평등심화에 따라 감소하는 유효수요를 저금리·금융완화정책으로 부양함으로써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났고,
그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하여 금융위기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월가점령시위’ 등기성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증가하여 포퓰리즘이 퍼지고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되었다.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이 모든 문제를 더욱 증폭시켰다.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매우 비대칭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소위 필수노동자들이나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주거여건 때문에 감염병 노출을 피하기 어려웠고,
사회적 접촉을 유발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경제적 피해가 집중되었다.
실업이 증가하고 실물경제의 피해가 누적되는 가운데 저금리를 바탕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증가하여 빈부격차가 폭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팬데믹으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붕괴했다. 각국정부가 팬데믹 및 경제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나선 가운데 유능한 정부와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긴축과 재정건전성을 지향했던 과거와 달리 각국은 과감한 재정확대를 단행하였다.
시장만능주의에서 탈피하여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한 방향이지만,
자칫 이러한 경향이 포퓰리즘 및 권위주의 경향과 맞물리면서 과도한 경제 통제와 재정악화를 낳을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향후 국가의 역할은 시장 경제의 효율성 및 역동성을 민주적 통제에 입각한 형평성 및 공공성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 핵심은 불평등 구조의 개혁이다.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이 복잡다기한 만큼 해법도 간단하지 않다.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재정 및 공공정책이다.
조세의 형평성과 재정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튼튼한 소득보장체계를 갖추고 교육과 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을 제고해야 하며, 주거안정의 실현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디지털화 등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효과적인 평생교육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독점 규제와 공정거래 확립, 경제적 약자의 교섭력 증진, 나아가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진화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혁까지 공정한 시장 질서 수립에도 힘써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적 제도 마련
  팬데믹이 낳은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
원격교육과 재택근무 및 화상회의가 보편화되었고, 쇼핑, 오락, 의료, 금융, 행정 등 각종 온라인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활용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디지털 전환은 인프라, 인재, 기술력을 키우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포용적 사회제도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 사회제도가 잘뒷받침되지 않으면 디지털 전환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모든 파괴적 혁신이 그렇듯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패자가 나온다.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을 대체하여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우려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온라인 쇼핑 확대로 자영업자의 타격이 크고, ‘타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극심한 갈등이 혁신을
가로막기도 한다. 최근에는 재택근무와 온라인교육 등이 디지털격차(Digital Divide)의 확대를 불러오고 있다.
디지털전환으로 인한 실업과 불평등 악화를 막기 위해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확진자 동선 파악 등과 관련한 감시사회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디지털 전환이 감시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는 디스토피아를 낳고 있다는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엄청난 개인 정보를 수중에 넣은 거대 디지털 기업들의 권력 남용을 어떻게 막을수 있을 것인가?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그 소유권과 이에 기초한 이익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 데이터 보안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가
매우 중요해졌다.
저탄소 친환경 경제가 변수가 되는 시대
  코로나19 경제위기의 와중에 친환경적 경제회복(Green Recovery)에 관한 국제적 합의가 확산되고 있다.
생태계 파괴의 결과 코로나19 등 인수 공통 감염병이 빈발하는 현실에 대한 자각,
그리고 각종 기상이변과 기록적인 산불 등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또한 코로나19 경제위기는 화석연료기반 산업의 위축을 초래했고, 초저금리 상황과 대규모 재정투입의
불가피성 등으로 인하여 녹색 전환을 위한 적극적 정책대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시급성이 부각되고 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파국적 기후 위기를 막을수 있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에 무게가 실리면서,
2015년에 체결된 파리협약을 훨씬 뛰어넘는 기후 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9년 12월에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등 야심찬 목표를 담은 포괄적 녹색전환 프로그램인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Deal)’을 채택하였다.
미국의 바이든 신행정부도 2050년 ‘넷제로(Net Zero)’를 포함한 강력한 환경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도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천명했으며, 중국은 2060년을 목표로 내세웠다.
  경제성장이 우선이고 환경은 뒷전인 시대는 지났다. 이미 각종 국제기구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펀드들도 의사결정의 중심에 ‘환경’을 두기 시작했다. 환경을 무시하는 기업은 세계경제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저탄소 친환경 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한국판 뉴딜
  앞서 살펴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경제정책은 한국만의 과제가 아닌 세계 공통의 과제다.
한국의 입장에서 특별한 것은 후발국으로서 추격형 성장을 해야만 했던 산업화 시대와 달리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가는 선도 국가의 일원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불평등 구조 개혁, 디지털 전환
및 녹색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한 계획이 바로 ‘한국판 뉴딜’이다.
지난해 11월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보고 하고 있다.ⓒ 연합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K-방역이 성공을 거뒀고 그 결과 경제여건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양호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판 뉴딜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꿔내려는 디지털 뉴딜,
저탄소 친환경 경제를 지향하는 그린뉴딜, 그리고 포용사회를 이루기 위한 고용 및 사회 안전망 확충을 추진한다.
이를 단순히 데이터 산업이나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등 특정 분야를 키우는 산업정책 정도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모든 산업 분야를 포괄하여 경제 전반을 디지털화하고 그린화해야 하며, 사회경제 구조와 생활방식까지 다 바꿔나가야 한다.
  이러한 포괄적 전환을 이루려면 더욱 원대한 비전 하에 기존의 계획을 보완해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이 그랬듯이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계획이 보완되고 진화해 나가야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온 국민이 참여하는 뉴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재정 투입뿐 아니라 규제와 유인을 적절히 활용하여 민간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