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72020.09

평화 사랑채

미국의 청년이 북한을 만나는 법
- 고정된 인식 극복하려면 자유롭게 만나야

미국 젊은세대들이 북한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는 북한이탈주민들을 ‘구출’하는 한 단체를 접하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2004년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인권법」을 발효시켰고, 같은 해 이 단체가 미국에 설립되었다. 이 단체는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동아리를 설립해 조직 활동을 위한 모금과 홍보 활동을 해왔고, 이를 접한 한인들과 현지 청년들은 북한 사람들을 ‘악의 축’에서 ‘구출’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

구출의 대상으로 북한 사람들을 보는 미국 청년들
해외 청년들에게 이런 인식이 형성되는 데 미디어의 역할도 컸다. 왕래가 쉽지 않은 북한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처럼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하는 곳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젊은세대에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직접 방문하거나 북한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하면서, 북한을 안보 위협 국가로만 인지하게 됐다.

북한이 미지의 세계로 취급되면서, 북한에서 살던 사람을 통해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현상이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들의 경험을 전적으로 믿는 것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필자도 비슷한 이유로 다양한 배경의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정착을 도운 경험이 있다. 반대로 북한과 관련된 긍정적인 경험은 공유하기를 꺼리는 정서도 있다. 과거 평양을 방문했던 사람이 ‘북한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고 말하여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이념적 분열이 젊은세대들에게도 뿌리 깊게 인식되어 있는 것이다. 설사 공유하고 싶더라도 가보지 못하니 공유할 수 없는 현실도 있다.

경험이 제한적인 젊은세대들이 바라는 한반도 평화는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필자의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청년들이 평화 한반도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먼저 해외 한인 청년의 정치 참여와 영향력이 큰 점에 주목한다. 청년 디아스포라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로비 활동을 통해 한인사회와 한반도에 이로운 법안을 지역구 정치인이 지지하고 상정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필자도 지난 6월 초 해외동포단체, 타민족평화 단체 및 활동가들과 함께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한국전쟁 종식 한반도 평화대회’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거주 지역의 의원 보좌관과 온라인으로 만나, 한국전쟁과 분단 피해를 호소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이후 다수의 미 의원들이 한국전쟁 종식에 관심을 표했고, 특히 앤디 레빈 민주당 하원의원은 6월 15일 미 의회에 「대북인도지원」 안건을 소개했다.

각 국가마다 시민의 정치참여 방법과 영향력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전쟁 없는 평화 한반도 형성에 반대하면서 현실에 안주할 청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정치적 참여와 함께 북한을 보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미디어와 학술적 담론을 접하고 포용하길 권한다.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한반도’ 컨퍼런스

‘북한의 사람들’ 온라인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필자


정치적 영향력 있는 한인 청년들
고정된 시각 벗어나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경험해야
필자는 한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녔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반도 분단과 한국전쟁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첫 교육은 전 CIA 대북분석관 수미 테리의 서울대학교 여름학기 강좌였고, 북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위주로 교육받았다. 이후 미국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며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 대학교 교수, 이남희 UCLA 교수와 같은 학자들의 수업을 듣고 연구를 접하면서 다른 관점의 한반도 분단 역사를 배우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이제는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역사와 뉴스를 바탕으로 균형잡힌 인식을 가지고 북한과 한반도 상황을 이해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한쪽 의견만 듣고 판단하는 것은 청년의 무한한 가능성을 차단하는 행위다. 관심을 갖는 것과 더불어 스터디, 책모임, 토론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안하며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직하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최근 『나는 통일을 ○○합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통일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을 확인하고 관련 이슈들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였고, 생각을 나누고 견해를 공유할 사람들을 물색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한인 청년들이 ‘북한의 사람들’에 대한 경험담과 주장을 펼치는 토론회에 참여했다. 북한이탈주민 단체에서 활동하는 학생 대표와 ‘한국전쟁종식 한반도 평화대회’의 청년 구성원, 그리고 2004년 금강산을 방문해 북한 사람들과 짧게나마 소통해본 필자가 발제자로 참가했다. 세 명의 젊은 한인 모두 각기 다른 계기로 북한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한반도 평화를 이루어 북한 사람들이 분단의 상처와 후유증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자유로이 교류하는 것을 꿈꾸는 점에서는 생각이 같았다.

오랜 기간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 온 한반도가 진정한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청년을 포함한 국내외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개인의 위치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한 발짝 더 나아간 평화 한반도를 현실에서 마주하길 고대한다.

임 재 환 민주평통 LA협의회 청년자문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