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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개선과 통일 이루는 건 나, 그리고 우리 북한인권시민연합 남북청년동아리 L4

‘대자보’보다는 SNS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 거대한 담론에 함몰되거나 너무 무거운 사명감에 짓눌리지 않은 채, 자유롭고 즐겁게, 또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생활 속 통일운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열혈 통일 청년들. 올해 ‘e-행복한 통일’에서는 ‘통일토크’ 코너를 통해 청년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활동 과정에서 갖고 있던 질문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남북청년동아리 L4를 초대했다.

지난해 인상깊었던 L4 활동

형준다섯 번의 토크콘서트 중에서 꽃제비 출신의 김혁 저자와 함께한 4차 행사가 기억에 남아요. 가장 많은 분들이 콘서트장을 찾아주셨거든요. 행사홍보를 위해 SNS를 주로 이용했는데 페이스북으로 ‘묻고 답하기’ 등 새로운 시도도 했어요. 또 한가지 더 꼽자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해소’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활동해보니 다를 것 하나 없는 그냥 ‘동네 형’이더라고요.

희수저는 길거리 캠페인을 했을 때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북한인권의 실상을 알리는 사진을 판넬에 붙여놓고 홍보하면서, 뽑기 게임을 통해 정해진 번호에 붙이면 한반도 모양이 되도록 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짜서 나갔어요. 좀 춥긴 했지만, 외국인들이 흥미를 갖고 많이 참여해줬어요.

L4의 길거리 북한인권 캠페인

강호이태원에서 길거리 캠페인을 했을 때 실향민 한 분이 보시고는, ‘젊은 사람들이 이런 활동을 해줘서 참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럴 땐 힘이 많이 돼요.

유정자원봉사수련회를 다녀왔는데, 저희 조는 두 사람 빼고 전부 북한에서 온 친구들로 구성돼 있었어요. 그 친구들과의 대화해보니 한국 학생과 사귀는 일, 학교생활 등에서 겪는 어려움이 생각보다 심각하단 걸 알았어요. 제가 나중에 교사가 되면 더 많은 북한학생들이 교실에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남북한 학생들이 터울 없이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L4자원봉사자수련회



L4 회원들에게 북한인권이란?

윤희저는 북한에서 왔고 아직 그곳에 가족이 남아있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북한인권이 개선되려면 물질적 지원보다는 남한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통일이 앞당겨지지 않을까요?

희수할아버지 고향이 이북 평안도여서 어릴 적부터 고향주민들끼리 모이는 행사에 자주 따라다니곤 했었어요. 대학교 때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사실 대학생들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질만한 기회가 별로 없는데,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이야기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L4회원들이 2015년 신입생 모집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지수공익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 아프리카 기아를 돕는 공적개발원조 분야를 공부했는데, ‘왜 내가 그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북한사람들을 잊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유정이가 L4를 소개해줬고, 북한인권문제는 제 인생에 혜성처럼 등장했어요. 친구들 중엔 북한인권에 관심 있는 애들이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제가 자꾸 이야기하니까 애들도 나중에는 뉴스를 보면 북한인권과 관련한 단어가 들린대요. 자연스럽게 이들을 끌어들이는 ‘시작’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형준L4의 처음 목표는 매년 200만 원씩 모아서 재중 탈북자를 1명씩 구하자는 것이었는데, 사실 토크콘서트를 통해서 기금을 많이 모을 수는 없어요. 토크콘서트는 돈 때문이 아니라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해요. 제가 친구 다섯 명을 초대했는데 콘서트 참여 후 소감을 물었더니 좋았대요. 북한인권이 생각보다 다가가기 힘든 것도 아니었고, 쉽게 표현해 주어서 좋았다고요. 그 친구들은 자원봉사수련회도 참가했어요. 그렇게 발을 넓혀가면서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1.5차 토크콘서트 2.강춘혁, 김아라 씨와 함께 한 2차 토크콘서트 3.김은주 작가와 함께 한 1차 토크콘서트



북한인권개선 위해 ‘이것만은 꼭 필요하다!’

유정‘인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이지만 ‘북한’이라는 두 글자만 들어가면 정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자원봉사수련회도 ‘같이 갈래?’하면 애들이 정치적인 거 아니냐고 질문하곤 해요. 이건 미디어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북한인권에 대해 현실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 공감대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수고등학교 교과서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수능에 안 나온다는 이유로 북한 이야기를 안 건드리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강(인터넷강의)을 들어도 스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북한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또 ‘좌파’ ‘우파’ 이렇게 하니까 선입견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고요.

지수국제사회 공조가 필요해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인식을 다 같이 해야 해요. L4는 앞으로도 한국에 온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한인권에 대해 적극 알리고 싶어요.

형준고등학교 때 탈북여성이 강연을 왔는데 학생들이 그걸 들으면서 울기도 하고 큰 감명을 받기도 했어요. ‘나는 행복한 거구나’, ‘나도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학생들끼리 했는데 그 때 뿐인 거죠. 그런 기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니까요. 현재 토크콘서트는 저희가 열고 찾아오시라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언제든지 와달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북한인권 관련 행사가 필요하면 L4를 불러주세요!

L4는 작년 재중탈북자를 위한 구호 성금을 기탁했다.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통일!

유정지금처럼 남북한친구들이 모여 인권을 알리고 제3국의 탈북민을 구하는 활동은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물론 통일을 간절히 바라지만, 북한체제 하에서 직접 살아본 저로서는 아무래도 통일이 많이 어려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북한에 있을 때 저는 한국이란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북한에 대한 반감이 전쟁을 겪은 어르신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지수작년에 ‘남북통일’을 주제로 한 토론수업을 들었는데 제가 설문지를 돌렸어요. 결과를 보니 대다수 학생들이 2030년 안엔 통일이 될 거래요. 근데 ‘통일이 되면 좋을 것 같아?’하고 물으면 싫대요. ‘통일은 꼭 필요한 걸까?’라고 물으면 또 그렇대요. 통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통일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는 거지요. 그 걱정이란 게 대부분 경제적 이유 때문인데, 정부에서 통일 후 어떤 경제적 편익이 있는지를 홍보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L4회원들(박윤희, 장유정, 김지수, 국강호, 김형준, 김희수 / 좌측부터)

지수가까운 시일 안에 통일이 될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남북한이 아닌 다른 변수에 의해 통일이 되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우려돼요. 제 또래의 학생들이 통일에 관심이 없는 건 아무래도 ‘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거에요. ‘국가경제 성장률보다도 내 월급상승률이 더 낮은데’라며 투덜거리죠. 따라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 인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L4 남북청년들이 꿈꾸는 미래는...

유정주변사람들에게 북한인권개선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면 ‘앞으로 그 쪽에서 일할 거냐’고 물어보는데 취업과는 상관없어요. 요즘 젊은 세대가 다들 자기 먹고 살 길 찾기조차 바쁘긴 해요. 하지만 저는 자기 할 일은 하면서 북한인권관련 일도 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유정대학 새내기라서 우선은 학과공부에 충실할래요. 학점 잘 받아야죠. 졸업하면, 그리고 통일이 되면 북한에 아빠가 직접 지으신 집을 찾아서 아동을 위한 시설로 운영하는게 꿈이에요.

지수전공이 심리학과다보니 멘토링할 기회가 많아요. 멘토링 과정에서 학생이든 성인이든, 친구든 타인이든 거부감 없게 북한인권을 주제로 한 대화를 가미해보고 싶어요. 또 한 가지 바람은 L4의 확장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개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토크콘서트도 작년보다 재미있게 기획하려고 해요. 그러려면 회원들이 더 많이 필요하겠지요.

L4회원들

지수세상을 교육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게 꿈이에요. 졸업 후 교육 정책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만약 사회인이 됐을 때도 통일이 안 된다면 ‘통일이 언제 될까?’가 아니라 ‘통일을 언제 할까?’로 질문을 바꾸고 싶어요. 통일은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거에요. 이미 통일이 돼 있다면 남북한 간 차이를 줄이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싶고요.

지수관심 없는 사람에게 북한인권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웹툰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에 메타포를 넣어보고 싶어요. 즐기고 놀았는데 곱씹어보면 북한인권 이야기인 거요. 자연스럽게 북한인권에 대해 알게 되는 그런 문화적 틀을 L4에서 하고 싶어요.

지수사범대학생들이 특히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해요. 제 목표는 교단에 설 친구들 중 3~4명 정도는 이 동아리에 오게 하고 싶어요. 사범대에서도 새로 교육봉사동아리가 만들어졌는데 그 동아리와 L4도 연계하면 좋을 것 같고요.

<글/사진. 기자희>

L4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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