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에 거짓말을 해왔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이 IAEA에 신고한 보고내용과 IAEA가 영변 원자로의 현지사찰을 통해 얻은 결과의 ‘불일치’는 NPT 회원 국가로서 준수해야 할 의무위반이다. 당시 국제사회는 재처리를 통해 획득한 플루토늄의 양을 밝히는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북한이 가진 ‘현재’와 ‘미래’의 핵능력을 중단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은 중유와 경수로 원자로를 지원받는 대가로 현재와 미래의 핵능력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의 약속 불이행은 계속되었다. 2002년 10월 당시 제임스 켈리 미국 동아태차관보가 방북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제기하자 강석주가 시인함으로써 2차 북핵 위기는 시작되었다. 그 해 12월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핵동결 봉인 조치 제거, 감시카메라 작동 중단, IAEA 사찰관 추방 등 상황을 악화시켜나갔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핵개발부인 정책에서 핵능력 공개 및 과시정책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2003년 7월에 재처리 완료를 발표함으로써 추가적으로 플루토늄을 축적해 나가기 시작했고, 2005년 2월에는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고, 나아가 2006년 10월에는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2003년 8월 개최된 이후 2005년 9.19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능력 증대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북핵 3단계 해법, 즉 ‘가동 중단 → 불능화 조치 → 완전폐기’ 중 아직 1단계도 시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은 1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김정일의 통치자금 문제(BDA 문제)에 압박을 가하자, 북한은 자금경색의 문제를 풀기 위해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 그리고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를 향해 핵능력을 중단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북핵 3단계 해법 중 2단계 불능화 조치에 이른 것이다. 2단계는 북한이 합의를 파기하더라도, 다시 회담장에 마주 앉을 때까지 핵개발 능력을 억제 시키겠다는 조치였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2008년 12월 6자 회담 수석대표회의서 북핵검증방안 합의에 실패한 이후 6자회담은 4년여 넘게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이후 2009년 핵연료 재처리 선언, 경수로 발전소 및 핵연료 자체생산 성명과 더불어 2차 핵실험 단행, 2010년 영변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2012년 2.29 합의 파기, 헌법에 핵보유국 명시, 2013년 3차 핵실험 단행, 불능화 조치 파기, 경제 건설-핵무장 병진정책, 불능화시킨 영변 원자로재가동 등 핵문제 해결에 대해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조치들만 취해왔다.

지난 5월 최룡해 총정치국장 방중 이후, 북한은 주변 국가들과의 대화, 6자회담 재개, 핵군축 등의 이슈를 제기하며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이 통과되자 비핵화 무효화를 외쳤던 북한이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면서 6자회담을 열자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제안인가? 한국, 미국, 일본 등이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대화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그것을 보여줄 만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6자회담이 재개되기 전에 비핵화를 위한 사전조치를 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APEC회의를 통해서도 한ㆍ미ㆍ중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동일한 목소리를 내며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압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신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비핵화를 통한 ‘평화’로운 한반도는 말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북한은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사진제공: 청와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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